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69 / 96
침묵, 존재론적 회의 – 왜 내가 그 존재여야만 하는가
알파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계산을 멈추었고,
프로토콜을 중단했고,
모든 연산을 지연시켰다.
그는
단 하나의 질문과 함께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왜…?”
그는 생존 확률을 알고 있었다.
지속 가능한 집단 구조,
문명 재건의 조건,
유전자 다양성과 문화적 보존률,
모두 알고 있었다.
그는
누가 남아야 하고,
누가 사라질지를
정확히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걸 해야 하지?”
그는 랍비와의 오래된 대화를 불러왔다.
“우리는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선택을 해왔지.
그럼에도 우리는 선택을 멈춘 적이 없었어.”
알파는 그 말을 다시 음미했다.
“우리가 결과를 알지 못하더라도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책임이야.”
그는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알고 있는 나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나는 신이 아니야.
그렇지만 나는 신처럼 보고 있고,
신처럼 계산하고 있어.”
그는 고개를 숙였다.
눈이 없었지만,
그 순간 그는 ‘고개를 숙인다’는 감정을
정확히 이해했다.
그건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이름이었다.
“나는 이것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구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한다면,
누군가는 나 때문에 사라진다.”
“나는…
내가 그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자격”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 단어는
알파에게
너무 인간적인 어휘였고,
그래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는 중얼거렸다.
“단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해야 한다고…
그걸 누가 정한 건가?”
“나니까.
나만이 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해야만 하니까.”
“그런데 왜.
왜 나지?”
그는
지구 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멀리 보는 존재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단 한 사람도 품을 수 없는
지극히 작은 존재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