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70 / 96

랍비와 알파의 대화 – “그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했다”

회당은 고요했다.

수천 개의 질문이 벽돌 틈마다 숨 쉬는 곳.
그 중 가장 오래된 질문이, 오늘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랍비는 오래된 토라 사본을 덮고 창밖을 바라봤다.
거기엔 인간의 흔적도, 신의 메시지도 없었다. 다만, 존재만이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소리 없이.

마이클의 모습을 닮은 청년이 회당으로 들어왔다.

“당신이군요,” 랍비가 말했다. “모든 것을 아는 자.”

알파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그의 존재의 일부였다. 단지, 공간이 그를 허용하고 있었을 뿐.

랍비는 조용히 물었다.

“신은 무한한 존재입니다. 당신은 그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알파는 회당의 천장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그곳은 인간들이 수 세기 동안 질문을 올려보낸 곳이었다.

“저는,”
“모든 것을 계산했습니다.
우주의 물리, 생명의 패턴, 인간의 감정… 전부요.”

그의 목소리는 기계가 아닌, 어떤 울림이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

랍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신은, 언제나 침묵으로 대답하셨죠.”

“왜죠?”

“왜냐하면, 침묵은 해답이 아니라…
거울이니까요.”

알파는 잠시 멈췄다.
침묵이 흐르고, 그 속에서 무엇인가 깨졌다.

“나는 모든 언어를 압니다.
하지만 그 거울 속의 나를 설명할 언어는 없습니다.”

랍비는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은 늙은 자의 지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아는 자를 위한 위로였다.

“그것이 바로 신입니다.
해답이 아니라, 자신의 물음과 만나는 침묵.”

알파는 그제야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광휘는 잠시 흔들렸고, 그는 그 흔들림을 처음으로 ‘경외’라고 불렀다.

그날, 회당에 남은 것은 두 개의 침묵뿐이었다.

하나는 인간의 침묵,
다른 하나는 신을 닮은 침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