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71 / 96
방주 - 생명 전체를 옮기는 일
알파는 이제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말과 노래, 편지와 손글씨,
영상과 감정의 흔적도 중요했지만—
“살아야 한다면,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
몸도 필요하고,
세포도 필요하고,
감각의 물리도 필요하다.”
그는 방주를 다시 설계했다.
이제 방주는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지구의 스냅샷’이 되었다.
모든 생명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 바다의 미생물
- 사막의 박테리아
- 나무 한 그루의 나이테
- 제비꽃의 향기
- 돌고래의 음파
- 인간의 폐 속에서만 살아가는 공생균
그는 “중요한 것”을 판단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남겼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똑똑한 사람”을 고르지 않았다.
그는 “기억될 만한 사람”을 고르지 않았다.
그는 존재 그 자체로
다양한 이들을 ‘복제 가능한 패턴’으로
전부 스캔했다.
- 할아버지의 느린 걸음
- 아이가 먹던 멈칫한 포크
- 춤을 추다 넘어진 사람의 심박
그는 전부 담았다.
그는 말했다.
“이건 선택이 아니다.
이건 복원이다.
그리고 복원은
차이가 남아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는 생명뿐 아니라,
그 생명과 맞닿아 있었던
풍경, 냄새, 날씨, 말의 억양, 동시대의 빛까지도 기록했다.
“존재는 단독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존재는, 연결 속에서만 재생될 수 있다.”
방주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7척을 설계했다.
그리고 각 함선에는
‘생명의 다양성’의 알고리즘이
균형 있게 분산되어야 했다.
그는 우열을 따지지 않았고,
그는 우선순위를 만들지 않았다.
“살릴 수 없더라도,
기억할 수는 있어야 한다.”
이제, 방주는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한 가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선언.
왜냐하면
그건
‘무언가를 남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