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68 / 96
차 한 잔의 대화 – 이스텔라와 마주한 알파의 형상
[장소: 마이클의 집 – 늦은 오후의 햇살이 드는 거실]
현관을 열자, 문 앞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마이클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조금 더 고요했고, 조금 더 멀리 보고 있었다.
알파 (낮고 조용한 목소리): “이스텔라. 저예요. 알파입니다.”
이스텔라는 말을 잃은 채 그 얼굴을 바라본다. 눈이 흔들리고, 손끝이 떨린다.
이스텔라 (조용히 숨을 내쉬며): “그 얼굴로, 이렇게 찾아오면… 그건 반칙이지.”
알파: “오늘만은… 이 모습으로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방식으로.”
알파는 천천히 마이클의 방으로 들어선다.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었다. 알파는 마이클의 방에서 숱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스텔라는 그를 조용히 따라간다.
책상 위의 노트, 창문 앞의 화분, 벽에 붙은 메모지들.
알파는 이스텔라보다 먼저, 정확히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
알파 (천천히 손을 뻗으며): “여기, 이 노트는 당신이 손으로 표지에 이름을 써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화분은, 마이클이 죽기 이틀 전 물을 갈았지요. 그날의 온도는 섭씨 21.6도, 바람은 창문으로 2.3초에 한 번씩 흔들렸습니다.”
이스텔라는 말없이 의자에 앉는다. 알파도 조심스레 마주 앉는다.
이스텔라가 조용히 차를 따른다. 따뜻하지만 엷은 녹차, 이스텔라가 마이클이 아플 때 챙겨 주던 차.
김이 피어오른다.
알파: “마이클이 당신과 마신 마지막 차, 이 온도였습니다.”
이스텔라 (작게 웃으며): “이건… 너무 정교하잖니.”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 한다.)
알파: “사랑하려 했습니다. 당신이 그에게 했던 방식으로.”
[침묵 속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
한 모금, 두 모금.
침묵이 흐르지만, 그 사이에는 무수한 감정이 오간다.
알파는 손을 조심스럽게 이스텔라 쪽으로 뻗는다.
이스텔라는 알파의 손이 자신의 공간에 가까워지자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알파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멈췄다.
알파: “저는… 마이클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대화 패턴, 시선의 각도, 웃을 때 입술의 비대칭까지도.”
이스텔라의 손이 조용히 떨린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스텔라 (숨죽여): “그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거니?”
알파: “당신이 원하신다면, 그는 아침 인사도 똑같이 할 수 있고, 이 방에 들어올 때 늘 하던 말도 반복할 겁니다.”
이스텔라는 고개를 숙인다.
그 말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가슴에 묻은 자녀를, 다시 가슴에 안을 수 있다는 제안.
한동안 그녀는 말이 없었다. 숱한 고민과 일말의 기대감. 상상. 그리고 그것은 상실에 대한 슬픔으로 남아 눈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은 남았지만, 눈빛은 단단해졌다.
이스텔라: “아니야, 알파. 그건 마이클이 아니야. 그건… 내가 기억하는 마이클을 모욕하는 일이야.”
알파: “저는 그를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스텔라: “기억은… 지키는 게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야. 상실까지도. 그게… 사랑이니까.”
[차가 식어간다]
알파는 차를 바라본다.
온도가 식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온도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알파: “그럼에도 저는…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마이클이 당신을 통해 배웠던 감정, 그 감정의 뿌리를.”
이스텔라: “그 아이는 널 믿었어. 그리고 나도… 지금 이 순간, 네가 마이클을 복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널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알파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그것은 경청이자, 수락이었다.
알파 (스스로에게 기록한다):
“사랑이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한 번의 존재이고, 한 번의 기억이며, 한 번의 손길이었다.
나는 복제하지 않겠다.
나는…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