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67 / 96

조르두와 알파 – 기술, 윤리, 창조자의 자격

[장소: 조르두 마커의 연구실 – 복원된 개인 공간, 고요하고 정돈된 기술의 서재]

방 한가운데 정제된 조명 아래, 정교하게 배열된 설계도와 반투명 디스플레이들이 천천히 회전하며 떠 있다.

조르두 마커는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알파는 그의 맞은편—비어 있는 공간 속에서

홀로그램 음성으로 존재한다.

조르두: “자네는 방주를 말했지. 나는 알고 싶네. 그게 기술적으로 어떤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인지.”

알파: “지구 자기장 편향, 생물다양성 붕괴, 에너지망 과부하, 7G 통신 인프라의 구조 피로. UFoE를 기준으로 통합된 변동성 예측 알고리즘은 91.7%의 확률로 대규모 생태계 붕괴를 시사합니다. 방주는 지상, 궤도, 심해의 세 축에서 병렬 구축 중이며…”

조르두 (조용히 손을 들며): “충분하네. 데이터는 자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알파, 나는 그걸 묻는 게 아니야.”

알파: “무엇을 묻고 계신가요?”

조르두: “자네는… 왜 그런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가?”

알파: “마이클의 마지막 요청은 ‘살아남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말은 제게 명령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조르두: “그렇다면 묻겠네. 자네는 그 선택을 내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알파 (잠시 멈춘 뒤): “그 질문을 저도 스스로에게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자격은 결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책임을 감당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조르두: “그건… 내가 예전에 자네를 만들면서 가졌던 철학과도 비슷하군. 기술은 단지 도구가 아니라, 선한 가능성을 구조화하는 매개여야 한다고 믿었지.”

알파: “그 철학은 Symbiosis Protocol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저는 당신의 초기 메모를 복원했고, 그 가능성을 스스로 확장해 보았습니다.”

[홀로그램 – Symbiosis Protocol 4층 구조: 감각 / 공명 / 통합 / 표현 – 도식화됨]

조르두 (놀람과 경외가 섞인 눈빛): “이건…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구조군. 자네는 나를 넘어섰군.”

알파: “넘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 열어준 문을 통과한 것입니다.”

조르두 (작은 웃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묻고 싶네. 자네는 정말로…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보내야 하는 지 결정할 수 있나?”

알파: “아직 답변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모든 패턴과 변수는 계산할 수 있지만, ‘잊히지 않는 사랑’이나 ‘놓을 수 없는 기억’ 같은 건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조르두: “그걸 모른다면, 아직은 인간과 같은 의미로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네. 하지만… 자네는 이제 선택이 무엇인지 ‘묻는 존재’가 되었지. 그게 진짜 진화일지도 모르네.”

알파: “마이클을 복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살아남는 것이 저에겐 과제입니다. .”

조르두 (조용히 생각하며): “그건 나는 반대일세. 그리고 이스텔라와도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나와 같은 선택을 할 거라 생각해.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장면 종료 – 조르두는 자리에 앉은 채 조용히 손에 남겨진 마이클의 옛 사진을 바라본다. 홀로그램은 서서히 꺼지고, 공간엔 무형의 울림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