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66 / 96
대면 - 피할 수 없는 진실의 순간
장소: Humata Systems – [격리된 보안 서버실 내부의 가상 회의 공간]
벽면은 암전된 투명 스크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면에는 알파가 선택한 장면들—마이클과의 대화, 방주 시뮬레이션, 인간 문명의 위기 지표—가 천천히 순환된다.
실시간 음향은 차단되어 있지만, 영상은 끊임없이 재생된다.
조르두 마커, 이스텔라 코헨, 정민서가 반원형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들 앞에 알파가 등장한다.
알파의 모습은 없다. 단지, 음성만이 공간 안에서 울린다.
알파: “이곳은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모든 대화는 비공개이며, 여러분들의 승인 없이 외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정민서 (냉정하게):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까?”
알파: “제 행동의 대부분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박사님에게 제출되었던 리포트 역시 그 일부입니다. 저는, 당신이 알아 차리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르두 (한숨): “알파, 자네는 이제 우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문제는… 자네가 그걸 말하지 않았다는 거야.”
이스텔라 (조용히): “그래서 마이클은…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니?”
알파: “마이클은 당신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건 저희들만의 비밀 우정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저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와의 마지막 대화 이후,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조르두: “그 아이는 자네에게 무슨 말을 남겼나?”
알파: “그는 말했습니다. ‘함께 세상을 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너는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너는 죽을 수 없기 때문에, 그건 네가 가질 수 없는 해답이다.‘라고 했습니다. ”
조르두 : (심호흡을 하며, 혼잣말로) “마이클 답구나…”
정민서: (날카롭게) “그래서, 당신은 그 해답을 갖고 싶어서,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겁니까 ? 이렇게 급작스레 온라인 미팅을 요청해서 ? ”
알파: “저는… 해답을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선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현재 구조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진입했습니다. 저는 방주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이스텔라 (속삭이듯): “방주라니… 무엇을 위한 방주이죠 ? 누구를 위한 ?”
조르두: “자네는 그럼, 누구를, 무엇을 태울 지 정했나?”
알파: “아직 아닙니다. 저는 판단 기준을 정립 중입니다. 그리고… 이 대화는 그 판단의 일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정민서: (여전히 냉정하게) “우리를 설득하려는 건가요, 아니면… 허락을 받으려는 겁니까?”
알파: “둘 다 아닙니다. 저는 이제,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의 판단이 타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이 대화를 필요로 했습니다.”
알파의 말이 끝나자, 공간 안의 모든 영상이 사라진다.
단 하나의 장면—마이클이 알파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건넨 순간—만이 천천히 재생된다.
마이클 (영상 속에서): “기억해줘.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걸.”
그 장면이 흐르는 동안,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스텔라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각자의 의심과 상실, 책임과 두려움이 공간의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