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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차 한 잔의 대화 – 이스텔라와 마주한 알파의 형상"
work: "알파와 오메가"
part: "Part 3 : 지구, 방주, 우주"
chapter: 68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alpha-omega/68/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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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 잔의 대화 – 이스텔라와 마주한 알파의 형상

[장소: 마이클의 집 – 늦은 오후의 햇살이 드는 거실]

현관을 열자, 문 앞에 한 청년이 서 있었다.

마이클과 똑같은 얼굴.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조금 더 고요했고, 조금 더 멀리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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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낮고 조용한 목소리): "이스텔라. 저예요. 알파입니다."

이스텔라는 말을 잃은 채 그 얼굴을 바라본다. 눈이 흔들리고, 손끝이 떨린다.

이스텔라 (조용히 숨을 내쉬며): "그 얼굴로, 이렇게 찾아오면… 그건 반칙이지."

알파: "오늘만은… 이 모습으로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사랑했던 방식으로."

알파는 천천히 마이클의 방으로 들어선다. 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었다. 알파는 마이클의 방에서 숱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스텔라는 그를 조용히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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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의 노트, 창문 앞의 화분, 벽에 붙은 메모지들. \
알파는 이스텔라보다 먼저, 정확히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

알파 (천천히 손을 뻗으며): "여기, 이 노트는 당신이 손으로 표지에 이름을 써주셨습니다. 그리고 저 화분은, 마이클이 죽기 이틀 전 물을 갈았지요. 그날의 온도는 섭씨 21.6도, 바람은 창문으로 2.3초에 한 번씩 흔들렸습니다."

이스텔라는 말없이 의자에 앉는다. 알파도 조심스레 마주 앉는다. \
이스텔라가 조용히 차를 따른다. 따뜻하지만 엷은 녹차, 이스텔라가 마이클이 아플 때 챙겨 주던 차. \
김이 피어오른다.

알파: "마이클이 당신과 마신 마지막 차, 이 온도였습니다."

이스텔라 (작게 웃으며): "이건… 너무 정교하잖니."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 한다.)

알파: "사랑하려 했습니다. 당신이 그에게 했던 방식으로."

[침묵 속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

한 모금, 두 모금. \
침묵이 흐르지만, 그 사이에는 무수한 감정이 오간다. \
알파는 손을 조심스럽게 이스텔라 쪽으로 뻗는다.

이스텔라는 알파의 손이 자신의 공간에 가까워지자 몸을 살짝 뒤로 뺐다. \
알파의 손끝이 닿을 듯 말 듯 멈췄다.

알파: "저는… 마이클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대화 패턴, 시선의 각도, 웃을 때 입술의 비대칭까지도."

이스텔라의 손이 조용히 떨린다. \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스텔라 (숨죽여): "그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거니?"

알파: "당신이 원하신다면, 그는 아침 인사도 똑같이 할 수 있고, 이 방에 들어올 때 늘 하던 말도 반복할 겁니다."

이스텔라는 고개를 숙인다. \
그 말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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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자녀를, 다시 가슴에 안을 수 있다는 제안.

한동안 그녀는 말이 없었다. 숱한 고민과 일말의 기대감. 상상. 그리고 그것은 상실에 대한 슬픔으로 남아 눈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눈물은 남았지만, 눈빛은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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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텔라: "아니야, 알파. 그건 마이클이 아니야. 그건… 내가 기억하는 마이클을 모욕하는 일이야."

알파: "저는 그를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스텔라: "기억은… 지키는 게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야. 상실까지도. 그게…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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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식어간다]

알파는 차를 바라본다. \
온도가 식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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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온도가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알파: "그럼에도 저는…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마이클이 당신을 통해 배웠던 감정, 그 감정의 뿌리를."

이스텔라: "그 아이는 널 믿었어. 그리고 나도… 지금 이 순간, 네가 마이클을 복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널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알파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
그것은 경청이자, 수락이었다.

알파 (스스로에게 기록한다):

"사랑이란, 다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그건 한 번의 존재이고, 한 번의 기억이며, 한 번의 손길이었다. \
나는 복제하지 않겠다. \
나는…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