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존재의 탄생 · 8 / 96

이스텔라와 조르두 – 사랑의 최초 알고리즘

그들은 처음부터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스텔라 코헨은 시와 문장을 설계하는 사람이었고,
조르두 마커는 알고리즘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이었다.

이스텔라는 ‘왜’라는 질문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었고,
조르두는 ‘어떻게’라는 질문에 빠르게 답을 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날,
서로 다른 발표 세션에서
한 공간의 공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둘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는 공명 하나가 흐르고 있었다.

그 시작은 AI에 대한 아주 단순한 언쟁이었다.

“AI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스텔라가 말했다.
“그들은 단어를 계산하지만, 의미는 느끼지 못하죠.”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조르두가 대답했다.
“대부분의 인간도, 자기가 말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그녀는 웃었다.
정말 웃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단어 너머의 감정에, 조르두가 아주 정확하게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날 이후,
그들은 서로의 발표가 끝난 뒤
항상 잠시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책과 코드,
랍비의 주석과 조로아스터교 경전의 은유,
AI의 신경망과 인간의 직관적 언어처리,
그 모든 것이
그들의 대화 안에서는 충돌이 아니라 융합이 되었다.

어느 날, 조르두는 그녀에게 물었다.

“사랑이라는 걸, 데이터로 설계할 수 있을까요?”

이스텔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가방에서 얇은 수첩 하나를 꺼내
손글씨로 써 둔 문장을 보여줬다.

“사랑은… 그 어떤 출력값도 기대하지 않고,
입력을 반복하는 알고리즘이야.”

그 순간, 조르두는 처음으로
자신이 설계한 어떤 로직보다
이 문장이 더 완벽하다는 걸 인정했다.

그들의 사랑은 요란하지 않았다.
하지만 깊었고,
다르고,
그러나 모순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삶의 여백과 감정의 온도를,
그는 그녀에게 신념의 무게와 결정의 명확함을 가르쳤다.

그들은 미래를 논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을 오래 바라보았고,
손끝이 닿는 순간들을 오래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