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존재의 탄생 · 9 / 96

이스텔라 코헨의 이야기

[비공식 회고록 / 이스텔라 코헨 개인 메모와 회상]

Title: 이스텔라 코헨의 이야기 – 말하지 않은 사랑의 내력

Author: E. Cohen

Classification: Private / Personal Archive

1. Diagnosis

그날 병원 복도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간호사의 표정이 말해주었다. 아직 의사도 들어오기 전이었지만, 나는 알았다.

“유방암 2기입니다.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곧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의사의 눈을 피했다.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조르두는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앉아 있었다.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몇 시간 동안. 나는 그 침묵이 오히려 고마웠다.

2. 회복탄력성이라는 이름의 감정들

나는 본래 정서적인 사람이었다. 단어에 반응했고, 문장에 울었고, 시의 구조에 안도했다. 그런 내가 병이라는 물리적 존재 앞에서 처음으로 ‘무기력’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어떤 날은 웃었고, 어떤 날은 울었다. 회복이라는 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반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엘리에제르(아버지)는 말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지만, 동시에 그 안에 회복의 가능성도 숨겨두셨단다.”

나는 반문했다. “왜 숨기셨을까요? 왜 노골적으로 주지 않았을까요?”

그는 웃었다. “그건, 우리가 서로를 찾게 하기 위해서지. 스스로 찾은 건 오래 기억되니까.”

그 말은 나중에야 이해됐다. 그리고 조르두가 그렇게 내 곁에 있어준 이유도.

3. 불가능의 선언

치료가 끝난 날,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기쁜 뜻만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자연 임신은 어려우실 겁니다. 난소 기능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처음으로 미래를 향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조르두를 봤다. 그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그러나 깊게 말했다.

“우리가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면, 그 길도 길이야.”

4. 결정의 조건

항암치료 전, 의사는 물었다. “건강한 난자를 몇 개 채취해 둘 수 있습니다. 원하십니까?”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예’라고 대답했다.

그건 단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쩌면… 나의 일부를 남기고 싶은, 아주 조용한 본능이었다.

엘리에제르는 내게 물었다. “왜 그토록 아이를 갖고 싶니?”

나는 말했다. “유대인 여자로서… 유대인의 이야기를 계속 남기고 싶어요.” “지금 세상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잊고 있으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더 묻지 않았다.

5. 마이클이라는 이름의 결심

조르두는 나보다 먼저 대리모 계약서를 검토했다. 그는 실용적인 사람이었지만, 그 안에는 늘 조용한 애정이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날 밤, 나는 창밖 어둠을 보며 마이클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마이클. 미카엘. מי כאל – 누가 신과 같은가.”

나는 이 아이가 단지 생물학적 유산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겨낸 모든 시간의 이름이 되기를 바랐다.

마이클은 그렇게, 아직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였다.

(기록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