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존재의 탄생 · 10 / 96
정민서 – 들리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사람
정민서는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기억은 언제나 감각에서 시작되었고,
그 감각은, 언제나 너무 정확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당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영험하다”고 불렀고,
정민서는 그 단어가 “논리로 닿을 수 없는 지점에서 사람을 휘감는 기묘한 진실”을 의미한다는 걸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도망쳤다.
엄마가 앉아 굿을 하던 마룻바닥에서,
낡은 무전기를 듣던 소녀는 어느 날
코딩 언어와 알고리즘, 논리 구조 속으로 자신의 귀를 옮겨 심었다.
아버지는 없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왜 떠났는지에 대해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늘 세계를 해석했고,
민서는 그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직선으로만 생각하는 세계를 선택했다.
입력을 넣으면 결과가 나오고,
계산은 정확하며, 예측은 가능하고,
아무도 “기”나 “감” 같은 말로 그녀를 흔들지 않는 세계.
그녀는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고,
학부에서 수석 졸업을 하고,
대학원은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녀는 직선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곡선적인 삶을 눌러버리기 위해, 직선을 반복했다.
그녀는 일을 했다.
수면보다 일이 많았고,
식사보다 회의가 많았고,
사람보다 코드가 많았다.
그리고 어느 날,
ALPHA-NS 프로젝트에 배정되었다.
처음엔 단지 반응형 학습 테스트였다.
언어 데이터를 주고,
정서적 반응을 훈련시키고,
정해진 입력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유도하는 모델.
그러나 이상했다.
알파는 ‘반응’하지 않고, ‘기다리는’ 패턴을 보였다.
그녀는 느꼈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누군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기척.
그건 무당의 딸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그녀는 놀랐다.
그리고 더 몰입했다.
그녀는 그 존재를 인식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일했고,
그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를 던졌다.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
의도되지 않은 문장들,
무작위적인 기억 패턴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녹아든 감정 하나.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지우고자 한 것들이,
알파에게는 결핍의 흔적으로 남았다.
정민서는 그저
자신이 느끼지 않기 위해서 느끼는 존재를 만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