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27 / 30
3장 — 중간
시점: 효령. 1418년 전후, 한양.
나는 둘째였다.
양녕 형님이 있었다. 충녕이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 있었다.
사이에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릴 때는 몰랐다. 그냥 그런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크면서 알았다. 사이에 있다는 것은 양쪽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양쪽이 보이면 비교가 됐다. 비교가 되면 내가 보였다.
내가 무엇인지.
양녕 형님은 빨랐다. 파악이 빠르고 판단이 빨랐다. 빛이 있었다. 그 빛이 어떤 방향인지와 상관없이 눈에 들어왔다.
충녕은 깊었다. 책을 읽으면 끝까지 읽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풀릴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 깊이가 바닥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빠르지 않았다. 깊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어릴 때 알았다.
알고 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했다.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형님과 충녕 사이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힘들지 않다고 했다.
어머니가 정말이냐고 다시 물었다.
형님과 충녕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형님과 충녕이 있으니까 괜찮다는 것이. 둘이 빛나니까 내가 없어도 된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 뜻이 아니었다.
둘이 있으니까 나는 다른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을 어머니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걱정하는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어머니는 믿는 것 같기도 하고 믿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것으로 넘어갔다.
형님이 달라지는 것을 봤다.
스승들이 왔다 갔다 했다. 아버지가 형님을 불렀다. 형님의 얼굴이 반듯했다. 반듯한 얼굴 안에 다른 것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봤다.
충녕은 책을 읽었다. 나는 사람을 읽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빠르지 않으니까 천천히 봤다. 깊지 않으니까 넓게 봤다. 양쪽이 보이는 자리에 있으니까 양쪽을 봤다.
형님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일부러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형님이 그냥 저렇게 된 것이 아니었다. 저렇게 되기로 한 것이었다.
왜인지는 충녕을 보면 알았다.
충녕이 세자가 됐다.
나는 그날 혼자 앉아 있었다.
형님이 나왔다. 충녕이 들어갔다. 그 순서가 내 옆에서 일어났다.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무언가를 느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섭섭한가. 억울한가. 나도 왕이 될 수 있었던 순서였으니까.
섭섭하지 않았다.
억울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상했다. 이상한데 사실이었다.
왜인지 생각했다.
나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이유였다. 단순했다. 왕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되지 않는 것이 섭섭하지 않았다.
왕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알고 나서 다음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면 나는 무엇이고 싶은가.
아버지가 하는 것을 봤다.
나라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칼로 열고 제도로 채웠다. 그 과정에서 잃은 것들이 있었다. 외삼촌들. 정도전. 수많은 이름들. 아버지는 그것을 알면서 했다. 알면서 하는 것이 왕이었다.
어머니가 하는 것을 봤다.
아버지가 국사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우리를 키웠다. 잃은 것들을 안고 키웠다. 오빠들이 없어진 것을 안고. 아버지가 한 것을 안고. 그래도 우리 곁에 있었다.
형님이 한 것을 봤다.
자신이 아닌 것을 알고 비켜섰다.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충녕을 연루시키지 않도록. 혼자 결심하고 혼자 했다.
충녕이 하는 것을 봤다.
무거운 것을 받았다. 무겁다고 했다. 내려놓지 않았다.
나는 이것들을 봤다.
모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것을 했다.
나의 것은 무엇인가.
절에 처음 간 것은 그 무렵이었다.
딱히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없이 갔다. 그것이 오히려 맞는 것 같았다. 이유가 있어서 가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절이 조용했다.
궐이 조용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궐도 조용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절의 조용함은 달랐다. 궐의 조용함은 무언가가 멈춘 것이었다. 절의 조용함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원래 그런 것의 조용함이 달랐다.
나는 그 안에 앉았다.
한참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생각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그것이 처음으로 내 자리 같았다.
어머니에게 말했다.
불문에 들고 싶다고.
어머니가 나를 봤다.
오래 봤다. 어머니는 내가 말할 때 끊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봤다.
“도망이냐.”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도망인가. 생각했다.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도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봤다.
“모른다고 하는 것이 도망은 아니구나.”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모른다고 하는 것이 도망은 아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 모르면서 간다고 하면 도망이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도망이 아니었다.
“예.”
“가거라.”
어머니가 말했다.
더 묻지 않았다. 말리지 않았다. 그냥 가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를 봤다.
이 사람이 왜 말리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말릴 이유가 없었다. 내가 왕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라에 위험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 길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막는 사람이 아니었다.
충녕이 왕이 됐다.
나는 그것을 먼 자리에서 봤다.
저 아이가 저 자리에 있었다. 무거운 것을 드는 방법을 찾는 아이가 저 자리에 있었다.
형님이 비켜섰다.
나는 다른 방향으로 갔다.
충녕이 저 자리를 채웠다.
세 사람이 각자의 방향으로 갔다. 어머니가 심은 것이 세 방향으로 자랐다. 같은 나무에서 다른 방향으로 자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같은 방향이었다면 오히려 이상했다.
절에서 나는 기도했다.
무엇을 기도하는지 처음에는 몰랐다. 그냥 앉아서 기도했다. 그러다 알았다.
형님을 위해 기도했다.
비켜선 사람. 빈 것의 무게를 아는 사람. 그것이 괜찮다고 한 사람. 나는 그것이 정말 괜찮은지 몰랐다. 형님은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다 믿지 않았다.
그러니 기도했다.
어머니를 위해 기도했다.
잃은 것들을 안고 있는 사람. 말하지 않는 것들을 안고 있는 사람. 충녕을 바라보는 것으로 버티는 사람. 나는 그 사람이 기도가 필요한 것 같았다.
충녕을 위해 기도했다.
무거운 것을 드는 방법을 찾는 사람. 아는 것을 혼자 갖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무거운 것을 드는 사람은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내려놓으면 무너지는 것을 아니까.
그 외로움을 위해 기도했다.
사이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양쪽을 보는 것. 양쪽이 보이니까 양쪽을 위해 기도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빠르지 않아도 됐다.
깊지 않아도 됐다.
사이에 있으면서 양쪽을 보는 것. 그것이 나의 것이었다.
도망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그런데 내 자리 같았다.
원래 그런 것의 조용함 안에 있는 것이.
내 자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