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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1장 — 개성, 1382–1383년.

개경은 냄새가 달랐다.

동북면에서는 말 냄새가 났다. 땀 냄새, 쇠 냄새, 타다 만 것들의 냄새. 개경은 그런 냄새가 없었다. 향을 피웠다. 옷에서 향이 났다. 글 쓰는 방에서 먹 냄새가 났다. 나는 처음에 그 냄새가 낯설었다. 한 계절 지나니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익숙해졌다.

성균관에서 배운 것이 경전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배웠다. 개경의 말하는 방식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바로 하지 않는다. 먼저 다른 말을 한다. 날씨 얘기, 안부 얘기, 최근에 읽은 글 얘기. 그러다가 하고 싶은 말 쪽으로 천천히 방향을 튼다. 눈치 빠른 상대는 그 방향이 어디인지 미리 안다. 모른 척한다. 그렇게 둘 다 알면서 모른 척하면서 결국 원하는 것에 도달한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용했다. 직접 말하면 상대가 방어한다. 돌아서 말하면 상대가 방어할 틈을 찾지 못한다. 전술이었다. 칼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면이 아니라 측면으로 치는 것.

민제 어른한테서 배웠다.

그분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적게 한 말이 오래 남았다. 형식이 없으면 책임이 없다고 내가 대답했을 때, 어른은 고개만 끄덕였다.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물었다. 형식을 비우는 자는 어떻게 하느냐고.

나는 그날 집에 가서 그 질문을 오래 생각했다.

가르치는 방식이 달랐다. 답을 주지 않고 다음 질문을 줬다. 그것이 내가 아는 가르침과 달랐다. 동북면에서 나를 가르친 것은 활이었다. 말이 없었다. 맞으면 맞은 것이고 틀리면 틀린 것이었다. 그런데 민제 어른의 가르침에는 맞고 틀림이 없었다. 다음 질문만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배웠다.

질문이 쌓이면 구조가 보인다는 것을.

1383년 봄에 문과에 붙었다.

아버지에게 알렸다. 사람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짧았다.

잘했다. 어머니도 기뻐하셨다.

나는 그 편지를 한 번 읽고 접었다.

아버지는 기뻐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기뻐하는 것과 내가 해낸 것 사이에 거리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개경에서 이름을 냈다는 것이 기뻤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기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다. 다만 이것이 무엇의 시작인지가 기뻤다.

무엇의 시작인지 아직 말로 하지 못했다.

민씨에게는 말했다. “이게 시작인 것 같아서요.” 그 말이 전부였다. 민씨는 그것을 들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 눈이 알아듣는 것 같았다.

가을에 아버지에게 갔다.

처가에서 한 계절을 더 보내도 됐다. 관직을 받을 수도 있었다. 개경에 남을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다.

그런데 갔다.

이유를 말하기 어려웠다. 개경에서 배운 것들을 아버지 앞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있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성계를 칭송할 때 나는 그 사람의 아들이었다. 아들이 아버지를 칭송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본 적이 없었다.

함주 막사까지 가는 길이 멀었다.

말을 타고 열흘쯤 걸렸다. 가면서 풍경이 바뀌었다. 개경을 벗어나니 냄새가 돌아왔다. 말 냄새, 흙 냄새.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어릴 때를 생각했다.

나는 변방에서 자랐다. 그런데 변방의 사람이 아니었다. 개경에서 공부했다. 그런데 개경의 사람도 아니었다. 경계에 서 있었다. 처음엔 그것이 불편했다. 나중엔 그것이 자리라는 것을 알았다.

두 곳을 다 보는 자리.

함주 막사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병사들과 있었다.

나를 보고 왔다. 어깨를 잡았다. 커졌다고 했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느꼈다. 두꺼웠다. 무거웠다. 개경에는 이 손이 없었다.

저녁에 같이 앉았다. 이지란 어른이 있었다. 몇 사람이 더 있었다. 술이 나왔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아버지는 말로 가르치지 않았다. 옆에 두었다. 보게 했다. 그것이 가르침이었다.

나는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을 봤다.

이 막사에 있는 사람들은 개경 사람이 아니었다. 개경의 방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돌아서 말하지 않았다. 필요한 말을 했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짧게 느껴졌다. 다시 들으니 정확했다.

두 가지 언어를 다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는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생각했다.

며칠 후, 손님이 왔다.

아버지가 나를 막사 밖에 있으라고 했다. 나는 밖에 있지 않았다.

안에서 들었다.

나중에 알았다. 정도전이었다.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낮지 않았다. 그런데 무겁지도 않았다. 말을 빠르지 않게 했다. 한 문장이 끝날 때 다음 문장이 어디로 갈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구조가 있었다. 돌아서 가는데 정확하게 도달하는 방식이었다. 민제 어른과 달랐다. 민제 어른은 조용히 감쌌다. 이 사람은 조용히 쌓았다.

이런 군대라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그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이 딴청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도 알았다. 정도전도 알았다. 그런데 서로 알면서 그냥 뒀다.

나는 벽 너머에서 그것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개경에서 배운 것이었다.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 그런데 이 막사에서 그 방식이 쓰이고 있었다. 개경의 방식이 아니었다. 목적이 달랐다. 개경에서는 이미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그 방식을 썼다. 이 막사에서는 아직 없는 것을 향해 그 방식을 쓰고 있었다.

밤새 두 사람이 이야기했다.

나는 다 듣지 못했다. 중간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에 깨서 다시 들었을 때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아침에 정도전이 떠났다.

나는 그가 가는 것을 봤다. 뒤에서 봤다. 걸음이 느렸다. 변방의 걸음이 아니었다. 개경의 걸음도 아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걸음이었다.

나와 비슷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더 앞에 가 있었다.

나는 그 등을 보면서 처음으로 그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정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