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12 / 30
5편 2장 — 위화도. 1388년 여름.
나는 이 결정이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5년이었다. 정도전이 함주 막사를 찾은 날로부터. 그 사이 개경이 계속 흔들렸다. 최영이 올랐다. 이인임이 내려갔다. 명나라가 땅을 요구했다. 우왕이 치라고 했다. 아버지는 반대했다.
나는 개경과 군영 사이를 오갔다. 관직도 받았다. 아버지의 사람들과도 앉았다. 개경의 사람들과도 앉았다. 두 곳에서 다른 말을 들었다. 두 곳의 말을 합치면 전체가 보였다.
전체가 보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
보이면 판단해야 했다. 판단하면 선택해야 했다. 선택하면 책임을 졌다.
나는 아직 어렸다. 스물둘이었다. 어른들이 결정했다. 나는 따랐다.
위화도는 강 가운데 섬이었다.
군대가 섬에 멈춰 있었다. 강물이 불어 있었다. 아버지는 진군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의 막사 가까이 있었다.
아버지가 장수들을 불렀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도 됐다. 그런데 들어가지 않았다.
밖에서 들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았다. 여러 이유를 말했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치는 것이 옳지 않다. 여름에 군사를 움직이면 병이 돈다. 북을 비우면 왜구가 든다. 명분이 없다.
나는 그 말들이 이유이기도 하고 이유가 아니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 아래에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 아래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됐다. 장수들도 알았다.
돌아가면 최영이 있었다.
최영을 치는 것이었다.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을 생각했다. 아버지가 개경으로 군대를 돌린다. 최영을 친다. 그러면 개경은 아버지의 것이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정도전이 5년 전 밤새 이야기한 것들.
토지. 관제. 재상. 새로운 나라.
나는 그때 벽 너머에서 들었다. 이제 그 이야기의 결론이 이 강 위에 있었다.
군호가 떨어졌다.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에 올랐다. 뒤를 한 번 봤다. 강 너머 북쪽이었다. 명나라가 있는 쪽이었다. 우리가 치러 가다가 돌아서는 방향이었다.
앞을 봤다. 개경이었다.
나는 말을 몰았다.
무서운가고 누군가 물었다면, 무섭지 않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거짓이었을 것이다. 무서웠다. 그런데 무서운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해야 하는 것이 무서울 수 있었다.
그것이 이날 내가 배운 것이었다.
개경에 들어갔을 때 나는 아버지 옆에 있었다.
아버지는 앞에서 갔다. 나는 그 옆에서 갔다. 아버지를 봤다. 마흔넷이었다. 황산에서 왜구를 치던 그 사람이었다. 동북면을 지키던 그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칼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닫으러 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열러 가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있었다. 닫히는 것이 고려였다. 열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최영이 잡혔다는 말이 들어왔다.
아버지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나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무언가 내 안에서 자리를 잡았다. 형태가 없었다. 그런데 무게가 있었다. 이날부터 내가 지고 갈 무게가 시작됐다는 것을 그때는 말로 하지 못했다.
한참 지나서야 말로 할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어른이 됐다.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을 가진 사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