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8 / 30
3편 2장 — 함주 막사. 1383년 가을, 저녁.
이성계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무장이었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장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것, 자신의 힘을 아는 자의 과시, 그런 것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나를 봤다. 기다렸다. 먼저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 침묵을 읽었다.
이 사람은 상대를 먼저 재는 사람이다.
나도 재고 있었다.
나는 군영 얘기부터 했다.
들어오면서 본 것들. 병사들의 움직임, 무기의 상태, 호령이 떨어질 때의 반응 속도. 나는 군사를 모른다. 그런데 질서는 안다. 글 속에서 봐온 질서가 저 밖에 살아 있었다.
“이런 군대라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이성계가 눈을 들었다.
“무슨 뜻이냐.”
나는 잠깐 그를 봤다. 그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동남방의 왜적을 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가 잠시 나를 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술이 나왔다.
나는 마셨다. 오랜만이었다. 유랑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다. 돈이 없었다.
이성계도 마셨다. 말이 없었다. 나는 말을 시작했다.
토지 얘기를 했다. 권문들이 어떻게 땅을 가져갔는지. 내가 유배지 나주에서 본 것들. 부평에서 본 것들. 김포 가는 길에서 본 것들. 먹을 것이 없어 북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
이성계가 처음으로 반응했다.
“그 사람들이 여기도 왔다.”
나는 멈췄다.
“동북면으로 왔습니까.”
“왔다. 내가 돌려보내지 않았다. 쓸 수 있었으니까.”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구조는 몰라도 현상은 알고 있었다. 몸으로.
나는 계속했다. 군역 얘기를 했다. 관제 얘기를 했다. 재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 왕은 덕으로 다스리고 실무는 재상이 맡아야 한다는 것. 토지는 국가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
이성계는 들었다. 끊지 않았다.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눈이 살아 있었다. 그냥 듣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밤이 깊었다.
등불이 흔들렸다.
나는 말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멈췄다.
이성계가 처음으로 물었다.
“선생은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소.”
나는 그를 봤다.
그 질문이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재는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했다.
“버티지 못합니다.”
이성계가 술잔을 내려놓았다.
“얼마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구조가 이미 무너졌습니다. 토지가 없는 백성은 군역을 질 수 없고, 군역이 없으면 나라를 지킬 수 없습니다. 지금 변방을 지키는 것은 장군의 힘이지, 나라의 힘이 아닙니다.”
침묵이 있었다.
이성계가 말했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소.”
“압니다. 그러나 알아도 말 못하는 사람이 많고, 말해도 듣지 않는 사람이 위에 있습니다.”
“지금은 누가 들어야 하오.”
나는 그를 봤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봤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더 묻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