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4 / 30
2편 1장 — 동북면, 길주 인근 군영. 1382년 여름.
무릎이 쑤시기 시작한 것은 장마가 오기 전부터였다.
뼈 안쪽에서 오는 통증이다. 살이나 근육이 아니라 더 깊은 곳. 습기가 공기에 섞이면 그곳이 먼저 안다. 마흔여덟 해 동안 이 몸이 겪은 것들이 날씨보다 먼저 날씨를 읽는다.
나는 군막 밖으로 나왔다.
밤이었다. 불빛이 여기저기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병사들은 자고 있었다. 보초들의 발소리가 일정했다. 그 일정함이 그나마 좋다. 불규칙한 것은 항상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뜻이다.
북쪽에서 바람이 왔다.
그 바람 속에 탄내가 있었다. 이틀 전 불탄 마을의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봤다. 별이 많았다. 이런 밤에 별이 많으면 다음 날 덥다. 내일도 더울 것이다.
불탄 마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살아남은 자가 셋이었다.
노인 하나, 여자 하나, 아이 하나. 셋 다 말을 못 했다. 눈이 있었지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그 눈들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몸이 느려진다.
부하들이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나는 마을 외곽을 걸었다. 말발굽 자국을 봤다. 방향을 봤다. 숫자를 가늠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지란이 옆에 붙었다.
“많지 않습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자들이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깊이까지.
군막으로 돌아와 지도를 펼쳤다.
낡은 지도다. 여러 번 접혔다 펴진 자리에 금이 가 있다. 나는 손가락으로 길을 짚었다. 산줄기, 물줄기, 마을들. 손끝이 지도보다 이 땅을 더 잘 안다. 직접 밟아본 땅이다.
개경에서 내려오는 전갈은 느렸다. 항상 느렸다. 이미 일이 벌어진 뒤에 도착했다. 나는 그것이 이제 놀랍지 않다. 놀랍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언제부터 놀라지 않게 됐는지.
밖에서 병사 하나가 기침을 했다.
나는 지도를 접었다.
촛불이 흔들렸다. 바람이 군막 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불꽃이 한쪽으로 눕다가 다시 섰다. 나는 그것을 한동안 봤다.
고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생각이라기보다 몸의 감각이었다. 뼈가 날씨를 아는 것처럼. 아직 언어가 없는 앎.
무릎이 다시 쑤셨다.
나는 자리에 누웠다.
잠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장에서 오래 산 몸이다. 누우면 잔다. 내일 또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