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5 / 30
2편 2장 — 동북면, 길주 인근 군영. 1382년 여름. 낮.
황산에서 돌아온 것이 2년 전이었다.
그 전투를 자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끝난 일은 몸에 쌓이지, 머리에 남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냄새가 불러온다. 피 냄새가 아니라 그날의 풀 냄새. 운봉 들판의 여름 풀이 밟혀 으깨지던 냄새.
아기발도는 컸다.
말 위에서 본 그 자는 갑옷이 붉었다. 아군도 적군도 그 붉은 갑옷을 보고 있었다. 나는 활을 들었다. 투구끈을 노렸다. 첫 발. 끈이 끊어졌다. 투구가 벗겨지지는 않았다. 두 번째 발. 그제야 투구가 떨어졌다.
이지란이 그 이마에 화살을 꽂았다.
그자가 쓰러질 때 적진에서 소리가 났다. 사람 소리인지 짐승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 소리가 멈추는 데 한참 걸렸다.
나는 그날 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배가 고프다는 감각이 없었다. 몸이 아직 전장 안에 있었다.
그런 밤이 있다. 싸움이 끝나도 몸이 모르는 밤.
황산이 끝난 후 개경에서 사람이 왔었다.
치하하는 글이었다. 읽었다. 접었다. 부하에게 줬다. 글을 잘 아는 자가 보관하게 했다.
나는 글을 못 쓰는 것은 아니다. 읽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글들이 말하는 것과 내가 보는 것 사이에 항상 거리가 있었다. 글은 깨끗했다. 전장은 깨끗하지 않았다. 그 거리를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개경이 보낸 글이 전장을 모른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달랐다. 다른 세계의 언어였다.
낮에 이지란이 왔다.
천막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개경에서 또 왔습니다.”
나는 활을 손질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호바투 건입니다. 길주 쪽을 직접 치라고 합니다.”
나는 다시 활을 봤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군.”
“네.”
이미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개경의 명령이 오기 전에. 그 명령이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병력을 편성해두고 있었다. 개경이 상황을 파악하고, 논의하고, 글을 써서 내려보내는 시간 동안 여기서는 다 끝나 있다.
그것이 옳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다.
이지란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개경이 많이 어지럽다고 합니다.”
“전에도 어지러웠다.”
“이번엔 다르다고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나는 이지란을 봤다. 이지란은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오래된 사이였다. 그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아끼는 자가 말을 할 때는 들어야 한다.
“무엇이 다르다고.”
“권문들이 땅을 너무 많이 가졌다고 합니다. 백성이 땅을 잃었다고. 그 말을 하는 자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동북면을 오래 지키면서 봐왔다. 도망쳐 오는 자들이 있었다. 남쪽에서 오는 자들이었다. 땅을 잃고 먹을 것이 없어 북쪽으로 올라오는 자들. 나는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여기서 쓸 수 있었다.
그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이지란이 나갔다.
나는 활을 내려놓았다.
밖에서 바람이 군막을 흔들었다. 천막 천이 팽팽해졌다가 풀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었다.
개경이 어지럽다.
권문들이 땅을 가졌다.
백성이 도망친다.
이 세 가지가 따로따로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을 말하는 언어가 내게는 없었다. 몸은 알고 있는데 입이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가끔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