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3 / 30

1편 3장 — 개성, 민제의 집. 1382년 겨울 — 1383년 봄.

그는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처가살이를 시작한 첫 주부터 알았다. 새벽에 일어나면 이미 서재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집 안이 조용한 시간에, 그는 이미 거기 앉아 있었다.

나는 며칠 지나서 한번 들여다봤다.

그는 소리를 내며 읽고 있었다.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입 밖으로 내야 외워진다고 나중에 말했다. 아버지한테서 들은 방법이라고 했다.

아버지한테서.

나는 그 말이 재미있었다. 이 사람은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이미 아버지한테 배우고 있었다.

과거 준비를 하면서 그는 가끔 나한테 물었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아내한테 묻는 것이 어색한 것인지, 아니면 모른다는 걸 내보이는 것이 어색한 것인지.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나는 그냥 대답했다. 어색하게 굴지 않으면 상대도 어색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질문이 나쁘지 않았다. 외운 것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뒤를 더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이 구절이 왜 이렇게 쓰였는지, 이 순서가 왜 이 순서인지. 아버지한테도 자주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제자 유형이었다.

봄이 되면서 그가 달라졌다.

달라졌다기보다, 뭔가가 더 생겼다. 집중되는 느낌이랄까. 과거가 가까워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 날 저녁 아버지 서재에서 두 사람이 오래 이야기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지나치려다 멈췄다. 이번엔 일부러 들은 게 아니었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아서였다. 그 낮이가 신경 쓰였다.

동북면이라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성계.

나는 그 이름을 알았다. 아버지가 가끔 언급했다. 왜구를 물리친 장수. 변방을 지키는 무인. 그 이상은 몰랐다.

그런데 아버지 목소리가 그 이름을 말할 때 달랐다.

조심스러운 것도 아니고, 두려운 것도 아니었다. 무게를 달아보는 목소리였다. 저울에 올려놓고 눈금을 읽는 것 같은.

그 옆에서 그가 대답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듣고만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지나쳤다.

남편이 과거에 붙은 건 그해 봄이었다.

소식이 오던 날 아침, 그는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더 기뻐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처럼.

나는 그날 저녁 그한테 물었다.

“기쁘지 않습니까.”

그는 잠깐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쁩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시작인 것 같아서요.”

무슨 시작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묻지 않았다.

창밖에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늘고 긴 비였다. 그는 그걸 보고 있었고, 나는 그를 보고 있었다.

열일곱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수염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이 사람이 어디까지 갈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지는 않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