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 2 / 30
1편 2장 — 개성, 민제의 집. 1383년 봄.
그 뒤로 그는 두 번 더 왔다.
두 번째는 한 달쯤 지나서였다. 이번엔 아버지가 불렀다. 나는 보지 못했다. 어머니가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나는 묻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세 번째는 겨울 초입이었다. 첫눈이 오기 전날 밤.
아버지 서재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복도를 지나다가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목소리, 그리고 낮고 조용한 다른 목소리. 무슨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냥 그 낮은 목소리가 일정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열여섯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지나쳤다.
혼인 날짜가 정해진 건 봄이었다.
어머니가 말해줬다. 나는 그렇군요, 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한참 봤다. 싫으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했다.
걸음이 떠올랐다. 땅을 확인하며 디디는 걸음. 낡은 책과 새 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던 손. 흔들리지 않던 목소리.
싫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솔직히 말하면, 궁금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될 사람인지. 아버지가 왜 이 집안을 골랐는지. 동북면의 무관 집안이고, 개경 기준으로는 변방이고, 아직 과거도 없는 열여섯인데.
아버지는 틀린 적이 없었다.
싫지 않습니다, 했다.
혼인은 그해 가을이었다.
상대가 우리 집으로 왔다. 고려의 방식이었다. 이쪽 집에서 살림을 차리고, 신랑이 처가에서 지내는 것. 나는 그게 당연했다. 그것 말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혼인날 그를 처음 제대로 보았다.
반듯했다. 예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손이 예복과 맞지 않았다. 비단 소매 아래로 보이는 손목이 너무 단단했다. 이 옷이 원래 이 사람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예를 마치고 나서 그가 나를 보았다.
나도 보았다.
그가 작게 웃었다. 긴장한 것을 감추려는 웃음이었다. 잘 숨겼지만 나는 알았다.
나는 웃지 않았다. 대신 눈으로 괜찮다고 했다.
그게 통했는지는 모르겠다.
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날밤이 지나고 아침에 그가 일어나 옷을 입을 때, 나는 반쯤 누운 채로 그를 보았다.
등이 넓었다. 열여섯치고는.
그는 옷고름을 매다가 나를 봤다. 내가 깨어 있는 줄 몰랐던 것 같았다. 멈칫했다.
나는 말했다.
“고름이 비뚤어요.”
그는 내려다봤다. 다시 맸다. 이번엔 똑바로.
“감사합니다.”
나는 돌아누웠다.
창밖에 아침이 들어오고 있었다. 국화는 이미 다 진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