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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1203년 겨울.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

겨울이 왔다.

케레이트의 겨울은 항상 빨리 왔다. 그런데 이해의 겨울은 — 더 빨리 온 것 같았다. 아직 첫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바람이 칼 같았다. 초원이 단단하게 얼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소리가 났다.

소르카크타니는 열세 살이었다.

이바카 언니가 떠났다. 벡투트미시 언니도 떠났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 아직 있었다.

아직.

그 단어가 자꾸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직 있다. 아직. 그 말이 이미 — 곧 없어진다는 것을 담고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아버지가 불렀다.

저녁이었다. 화덕에 불을 피운 뒤였다.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 아버지와 소르카크타니만 있었다.

아버지가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나무 판이었다. 손바닥만 했다. 오래된 것이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표면에 —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보았다.

선들이었다. 가로로 세로로. 각도가 있었다.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뭡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케레이트 문자다.”

소르카크타니는 나무 판을 보았다.

문자. 글자. 읽는 것.

“저한테 가르쳐 주시려고요.”

“그렇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를 보았다.

왜인지 물으려 했다. 그런데 — 아버지의 표정이 말을 막았다. 진지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진지한 얼굴이었다.

물어볼 것이 아니었다. 들어야 할 것이었다.

그날부터 시작됐다.

매일 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잠든 뒤였다. 화덕의 불이 낮아지면 —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를 불렀다.

나무 판이 나왔다. 그리고 — 흙 위에 손가락으로 썼다. 획을 가르쳤다. 소리를 가르쳤다.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가르쳤다.

소르카크타니는 들었다. 보았다. 따라 했다.

빠르게 익혔다.

아버지가 한 번 보여주면 — 두 번 묻지 않았다. 세 번 반복하면 손이 기억했다. 열 번 반복하면 눈을 감아도 그려졌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았다.

한 번은 말했다.

“빠르구나.”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칭찬인지 알았다. 그런데 —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아버지가 왜 이것을 가르치는가.

아직 말하지 않았다.

열흘이 지났다.

소르카크타니는 이제 혼자 읽을 수 있었다. 나무 판의 것들을. 그리고 — 아버지가 흙 위에 쓰는 것들을.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나무 판 대신 다른 것을 꺼냈다.

양피지였다. 작았다. 접혀 있었다.

아버지가 폈다.

소르카크타니는 보았다.

글이 있었다. 케레이트 문자로. 여러 줄이었다.

“읽어 보거라.”

소르카크타니는 읽었다.

천천히.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서.

읽었다.

내용이 들어왔다. 무역 기록이었다. 말 몇 마리. 가죽 얼마. 어디서 어디로. 누가 누구에게.

다 읽었다.

아버지를 보았다.

“다 읽었습니까.”

“그렇다.”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눈이 달라졌다.

“어디가.”

“세 번째 줄과 일곱 번째 줄입니다. 같은 거래인데 — 양이 다릅니다.”

아버지가 양피지를 다시 보았다. 오래 보았다.

그리고 —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소르카크타니는 기다렸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가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빼돌리는 것이었다. 기록 안에 숨겨놓은 것이었다.

“읽을 수 있으니까 — 보입니다.”

“그렇다.”

아버지가 양피지를 접었다.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읽을 수 있으면 —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을 들었다.

불이 조금 더 낮아졌다.

아버지가 장작을 하나 더 넣었다. 불이 다시 살아났다.

그 불빛 안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목소리였다. 낮았다. 천천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놓듯이.

“그런데.”

소르카크타니는 듣고 있었다.

“아는 것을 보여주면 — 더 이상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계속 말했다.

“네가 읽는다는 것을 알면 — 사람들이 조심한다. 문서를 감춘다. 중요한 말을 네 앞에서 하지 않는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그러면.”

“모르는 척해야 한다.”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을 들었다.

모르는 척. 알면서 모르는 척.

“그것이 — 더 많이 아는 방법이라는 것입니까.”

아버지가 처음으로 — 그 겨울 들어 처음으로 — 입가에 무언가가 스쳤다. 웃음이라고 하기엔 작았다. 그런데 웃음이었다.

“그렇다.”

그날 밤 소르카크타니는 오래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먼저 눈을 감았다. 화덕 앞에서. 담요를 덮고.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생각했다.

아는 것을 숨긴다. 그런데 — 그것이 포기가 아니었다. 더 많이 알기 위한 것이었다.

이바카 언니가 말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고.

그리고 오늘 말했다. 아는 것을 보여주면 더 이상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세 가지였다.

살아있을 것. 앞을 볼 것. 그리고 아는 것을 감출 것.

그것이 — 이 집안이 소르카크타니에게 준 것이었다. 이 겨울에. 케레이트가 사라지는 동안에.

소르카크타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손이었다. 열세 살의 손이었다.

이 손으로 — 흙 위에 글자를 그었다. 나무 판의 획을 따랐다. 양피지를 읽었다. 숫자의 어긋남을 보았다.

이 손이 — 지금부터 감춰야 하는 것을 가진 손이 됐다.

무거웠다.

그런데 — 이상하게도 든든했다.

다음 날 아침.

테무진의 사람이 왔다.

아버지를 불렀다.

소르카크타니는 게르 안에서 그것을 알았다. 발소리로. 말 울음소리로. 어머니가 숨을 멈추는 것으로.

아버지가 나갔다.

소르카크타니는 앉아 있었다.

한참 뒤에 — 아버지가 돌아왔다.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한 번만 보았다. 길지 않게.

그런데 그 눈에 — 모든 것이 있었다.

내일 떠난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저녁.

마지막이었다.

아버지가 접힌 양피지를 꺼냈다.

소르카크타니에게 건넸다.

“가져가거라.”

소르카크타니가 받았다.

“펴도 됩니까.”

“나중에.”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쥐었다. 작고 가벼웠다. 그런데 —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이 쓰여 있습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다.”

소르카크타니는 더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한 것이 있었다. 아는 것을 보여주지 말라고. 그런데 — 아버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었다. 딸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었다.

그날 밤.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품에 넣었다.

차가웠다. 몸에 닿자 천천히 따뜻해졌다.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흙 위에서 획을 그을 때. 나무 판을 내밀 때. 양피지를 건넬 때.

그 손이 — 이제 없어질 것이었다.

그런데 — 손이 한 것들은 남았다.

소르카크타니의 손 안에. 소르카크타니의 눈 안에. 소르카크타니의 뼈 안에.

그것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가도 — 아버지가 가르친 것은 남았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았다.

품 안의 양피지를 한 번 손으로 눌렀다.

바람이 불었다.

게르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