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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 1204년 봄. 이별

봄이 왔다.

초원의 봄은 갑자기 왔다. 어제까지 땅이 얼어 있었는데 — 오늘 아침 발을 디디니 조금 물렀다. 풀이 아직 나지 않았는데 냄새가 달랐다. 흙 냄새. 물 냄새. 무언가 녹는 냄새.

소르카크타니는 게르 밖에 서서 그것을 맡았다.

봄이 오면 —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것을 알았다. 유목민의 봄이었다. 겨울에 멈췄던 것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다. 사람도. 가축도. 강도.

그리고 — 자신도.

오늘이었다.

아침부터 준비가 있었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의 옷을 골랐다. 말없이 폈다가 접었다가 다시 폈다. 결정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소르카크타니는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어머니의 손이 멈췄다.

“이걸로 입어라.”

짙은 색이었다. 케레이트의 색이었다. 어머니가 고른 것이 그것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입었다.

거울이 없었다. 어머니의 눈으로 보았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를 보는 눈이 — 이상했다. 슬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다. 오래 보는 눈이었다. 기억하려는 눈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똑바로 서 있었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의 머리를 정리했다.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바카의 머리를 빗기던 그 손이었다. 그때도 이렇게 천천히 움직였다.

소르카크타니는 눈을 감았다.

어머니의 손을 느꼈다. 따뜻했다. 무거웠다. 가벼웠다.

이 손이 — 오늘 이후로는 없을 것이었다.

눈을 뜨지 않았다. 조금 더 느꼈다.

아버지가 밖에 있었다.

말 두 마리가 준비돼 있었다. 테무진의 사람 둘이 멀리 서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 있었다. 그 존재가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에게 걸어갔다.

가까이 섰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겨울 동안 더 깊어진 주름이었다. 눈 밑이 어두웠다. 그런데 눈은 — 맑았다. 어둡지 않았다.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거웠다. 그 무게를 느꼈다.

“잘 가거라.”

그것이 전부였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오면 무너질 것 같았다.

등을 폈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버지가 보았다. 소르카크타니의 등을. 그리고 —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았다는 것이었다.

말에 올랐다.

테무진의 사람들이 앞에 섰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르카크타니는 말 위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 내려올 것 같았다. 달려갈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됐다.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이바카가 서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가야 했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아버지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앞을 보았다.

초원이었다. 풀이 아직 짧았다.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 빛이 달랐다. 봄의 빛이었다. 낮고 따뜻한.

말발굽 소리가 났다.

규칙적이었다. 흙을 밟는 소리. 물렁한 봄 흙을.

소르카크타니는 그 소리를 들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

이바카가 말했다. 맞았다. 지금 보고 있었다. 초원을. 봄을. 앞을.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

아버지가 말했다. 맞았다. 지금 떨고 있었다. 그런데 앞을 보고 있었다.

얼마나 갔을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소리였다. 멀었다. 흐릿했다.

소르카크타니는 듣지 않으려 했다.

들렸다.

어머니의 소리였다.

소리를 내지 않는 울음이었다. 그런데 — 들렸다. 바람이 실어왔다. 초원의 바람은 소리를 멀리 데려갔다.

소르카크타니는 말 위에서 손을 쥐었다.

고삐를 쥔 손이었다. 세게 쥐었다. 손가락이 하얘졌다.

앞을 보았다.

계속 앞을 보았다.

저녁이었다.

테무진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크고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많았다. 불이 여러 곳에 피워져 있었다. 말 냄새. 가죽 냄새. 고기 굽는 냄새.

소르카크타니는 말에서 내렸다.

다리가 떨렸다. 하루 종일 말 위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내를 받았다. 작은 게르 하나가 소르카크타니의 것이었다. 임시였다. 그런데 — 지금은 그것이 전부였다.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였다.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품 안을 더듬었다.

양피지였다.

꺼냈다.

접혀 있었다. 아버지가 건네던 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

나중이 지금인가.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손 위에 올렸다. 가벼웠다. 작았다. 가장자리가 오래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오래 갖고 있던 것이었다.

펼쳤다.

짧았다.

한 줄이었다.

케레이트 문자로. 아버지의 손으로 쓴 것이었다.

읽었다.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서.

두 글자였다.

살아라.

소르카크타니는 오래 그것을 보았다.

살아라.

가르침이 아니었다. 명령도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부탁이었다.

살아라.

다른 것을 쓸 수도 있었다. 강해져라. 현명해져라. 아들들을 잘 키워라. 제국을 이해해라.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그런데 — 살아라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고 이바카가 말했다.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는 것을 감추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 살아라였다.

살아야 볼 수 있다. 살아야 앞을 볼 수 있다. 살아야 알 수 있다. 살아야 감출 수 있다.

살아라가 — 전부였다.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접었다.

다시 품에 넣었다.

화덕이 없었다. 불을 피우지 않았다. 게르 안이 어두웠다. 차가웠다.

그런데 — 품 안이 따뜻했다.

양피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글씨가 있었다. 두 글자가 있었다.

살아라.

소르카크타니는 어둠 속에서 등을 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폈다.

그리고 — 처음으로 울었다.

소리 없이 울었다. 오래 울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울었다. 등을 펴고 앞을 보면서 울었다.

그럴 수 있었다.

떨어도 앞을 볼 수 있듯이 — 울면서도 등을 펼 수 있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밤이 깊었다.

울음이 멈췄다.

소르카크타니는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 생각했다.

내일부터 여기가 내 자리다.

아버지는 뒤에 있다. 언니들은 다른 곳에 있다. 어머니는 멀어졌다.

그런데 — 살아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

내일 — 그 소년을 다시 볼 것이었다. 말 위에서 조용히 이쪽을 보던 소년을. 두렵지 않은 눈을 가진.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을.

처음 봤을 때 — 두렵지 않았다.

그것을 기억했다.

두렵지 않은 것이 — 어쩌면 시작이었다.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었다.

게르가 흔들렸다.

흔들렸다가 —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