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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4장 — 1204년 봄. 이별"
work: "소르카크타니 베키 — 기다린 여자"
part: "본문"
chapter: 5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sorghaghtani/05/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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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 1204년 봄. 이별

봄이 왔다.

초원의 봄은 갑자기 왔다. 어제까지 땅이 얼어 있었는데 — 오늘 아침 발을 디디니 조금 물렀다. 풀이 아직 나지 않았는데 냄새가 달랐다. 흙 냄새. 물 냄새. 무언가 녹는 냄새.

소르카크타니는 게르 밖에 서서 그것을 맡았다.

봄이 오면 —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것을 알았다. 유목민의 봄이었다. 겨울에 멈췄던 것들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계절이었다. 사람도. 가축도. 강도.

그리고 — 자신도.

오늘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침부터 준비가 있었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의 옷을 골랐다. 말없이 폈다가 접었다가 다시 폈다. 결정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소르카크타니는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어머니의 손이 멈췄다.

“이걸로 입어라.”

짙은 색이었다. 케레이트의 색이었다. 어머니가 고른 것이 그것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입었다.

거울이 없었다. 어머니의 눈으로 보았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를 보는 눈이 — 이상했다. 슬프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다. 오래 보는 눈이었다. 기억하려는 눈이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똑바로 서 있었다.

어머니가 소르카크타니의 머리를 정리했다.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바카의 머리를 빗기던 그 손이었다. 그때도 이렇게 천천히 움직였다.

소르카크타니는 눈을 감았다.

어머니의 손을 느꼈다. 따뜻했다. 무거웠다. 가벼웠다.

이 손이 — 오늘 이후로는 없을 것이었다.

눈을 뜨지 않았다. 조금 더 느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가 밖에 있었다.

말 두 마리가 준비돼 있었다. 테무진의 사람 둘이 멀리 서 있었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 있었다. 그 존재가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에게 걸어갔다.

가까이 섰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겨울 동안 더 깊어진 주름이었다. 눈 밑이 어두웠다. 그런데 눈은 — 맑았다. 어둡지 않았다.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거웠다. 그 무게를 느꼈다.

“잘 가거라.”

그것이 전부였다.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오면 무너질 것 같았다.

등을 폈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버지가 보았다. 소르카크타니의 등을. 그리고 —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았다는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말에 올랐다.

테무진의 사람들이 앞에 섰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르카크타니는 말 위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 내려올 것 같았다. 달려갈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됐다.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다. 이바카가 서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가야 했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아버지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앞을 보았다.

초원이었다. 풀이 아직 짧았다.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 빛이 달랐다. 봄의 빛이었다. 낮고 따뜻한.

말발굽 소리가 났다.

규칙적이었다. 흙을 밟는 소리. 물렁한 봄 흙을.

소르카크타니는 그 소리를 들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

이바카가 말했다. 맞았다. 지금 보고 있었다. 초원을. 봄을. 앞을.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

아버지가 말했다. 맞았다. 지금 떨고 있었다. 그런데 앞을 보고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얼마나 갔을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말발굽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의 소리였다. 멀었다. 흐릿했다.

소르카크타니는 듣지 않으려 했다.

들렸다.

어머니의 소리였다.

소리를 내지 않는 울음이었다. 그런데 — 들렸다. 바람이 실어왔다. 초원의 바람은 소리를 멀리 데려갔다.

소르카크타니는 말 위에서 손을 쥐었다.

고삐를 쥔 손이었다. 세게 쥐었다. 손가락이 하얘졌다.

앞을 보았다.

계속 앞을 보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녁이었다.

테무진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크고 시끄러웠다. 사람들이 많았다. 불이 여러 곳에 피워져 있었다. 말 냄새. 가죽 냄새. 고기 굽는 냄새.

소르카크타니는 말에서 내렸다.

다리가 떨렸다. 하루 종일 말 위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내를 받았다. 작은 게르 하나가 소르카크타니의 것이었다. 임시였다. 그런데 — 지금은 그것이 전부였다.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였다.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품 안을 더듬었다.

양피지였다.

꺼냈다.

접혀 있었다. 아버지가 건네던 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

나중이 지금인가.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손 위에 올렸다. 가벼웠다. 작았다. 가장자리가 오래된 것이었다. 아버지가 오래 갖고 있던 것이었다.

펼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짧았다.

한 줄이었다.

케레이트 문자로. 아버지의 손으로 쓴 것이었다.

읽었다.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서.

두 글자였다.

*살아라.*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르카크타니는 오래 그것을 보았다.

살아라.

가르침이 아니었다. 명령도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부탁이었다.

살아라.

다른 것을 쓸 수도 있었다. 강해져라. 현명해져라. 아들들을 잘 키워라. 제국을 이해해라.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그런데 — 살아라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고 이바카가 말했다.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는 것을 감추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 모든 것의 시작이 — 살아라였다.

살아야 볼 수 있다. 살아야 앞을 볼 수 있다. 살아야 알 수 있다. 살아야 감출 수 있다.

살아라가 — 전부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접었다.

다시 품에 넣었다.

화덕이 없었다. 불을 피우지 않았다. 게르 안이 어두웠다. 차가웠다.

그런데 — 품 안이 따뜻했다.

양피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글씨가 있었다. 두 글자가 있었다.

살아라.

소르카크타니는 어둠 속에서 등을 폈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래도 폈다.

그리고 — 처음으로 울었다.

소리 없이 울었다. 오래 울었다. 흔들리지 않으면서 울었다. 등을 펴고 앞을 보면서 울었다.

그럴 수 있었다.

떨어도 앞을 볼 수 있듯이 — 울면서도 등을 펼 수 있었다.

그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밤이 깊었다.

울음이 멈췄다.

소르카크타니는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 생각했다.

내일부터 여기가 내 자리다.

아버지는 뒤에 있다. 언니들은 다른 곳에 있다. 어머니는 멀어졌다.

그런데 — 살아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

내일 — 그 소년을 다시 볼 것이었다. 말 위에서 조용히 이쪽을 보던 소년을. 두렵지 않은 눈을 가진.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을.

처음 봤을 때 — 두렵지 않았다.

그것을 기억했다.

두렵지 않은 것이 — 어쩌면 시작이었다.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었다.

게르가 흔들렸다.

흔들렸다가 —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