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tle: "3장 — 1203년 겨울.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
work: "소르카크타니 베키 — 기다린 여자"
part: "본문"
chapter: 4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sorghaghtani/04/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6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

# 3장 — 1203년 겨울.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

겨울이 왔다.

케레이트의 겨울은 항상 빨리 왔다. 그런데 이해의 겨울은 — 더 빨리 온 것 같았다. 아직 첫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바람이 칼 같았다. 초원이 단단하게 얼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소리가 났다.

소르카크타니는 열세 살이었다.

이바카 언니가 떠났다. 벡투트미시 언니도 떠났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 아직 있었다.

아직.

그 단어가 자꾸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직 있다. 아직. 그 말이 이미 — 곧 없어진다는 것을 담고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아버지가 불렀다.

저녁이었다. 화덕에 불을 피운 뒤였다. 다른 사람들이 없었다. 아버지와 소르카크타니만 있었다.

아버지가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나무 판이었다. 손바닥만 했다. 오래된 것이었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다. 표면에 —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소르카크타니는 보았다.

선들이었다. 가로로 세로로. 각도가 있었다. 규칙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뭡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케레이트 문자다.”

소르카크타니는 나무 판을 보았다.

문자. 글자. 읽는 것.

“저한테 가르쳐 주시려고요.”

“그렇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를 보았다.

왜인지 물으려 했다. 그런데 — 아버지의 표정이 말을 막았다. 진지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진지한 얼굴이었다.

물어볼 것이 아니었다. 들어야 할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부터 시작됐다.

매일 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잠든 뒤였다. 화덕의 불이 낮아지면 — 아버지가 소르카크타니를 불렀다.

나무 판이 나왔다. 그리고 — 흙 위에 손가락으로 썼다. 획을 가르쳤다. 소리를 가르쳤다.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가르쳤다.

소르카크타니는 들었다. 보았다. 따라 했다.

빠르게 익혔다.

아버지가 한 번 보여주면 — 두 번 묻지 않았다. 세 번 반복하면 손이 기억했다. 열 번 반복하면 눈을 감아도 그려졌다.

아버지는 그것을 보았다.

한 번은 말했다.

“빠르구나.”

소르카크타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칭찬인지 알았다. 그런데 —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아버지가 왜 이것을 가르치는가.

아직 말하지 않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열흘이 지났다.

소르카크타니는 이제 혼자 읽을 수 있었다. 나무 판의 것들을. 그리고 — 아버지가 흙 위에 쓰는 것들을.

어느 날 밤.

아버지가 나무 판 대신 다른 것을 꺼냈다.

양피지였다. 작았다. 접혀 있었다.

아버지가 폈다.

소르카크타니는 보았다.

글이 있었다. 케레이트 문자로. 여러 줄이었다.

“읽어 보거라.”

소르카크타니는 읽었다.

천천히. 소리 없이. 입술만 움직여서.

읽었다.

내용이 들어왔다. 무역 기록이었다. 말 몇 마리. 가죽 얼마. 어디서 어디로. 누가 누구에게.

다 읽었다.

아버지를 보았다.

“다 읽었습니까.”

“그렇다.”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눈이 달라졌다.

“어디가.”

“세 번째 줄과 일곱 번째 줄입니다. 같은 거래인데 — 양이 다릅니다.”

아버지가 양피지를 다시 보았다. 오래 보았다.

그리고 —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소르카크타니는 기다렸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가는 것이다.”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빼돌리는 것이었다. 기록 안에 숨겨놓은 것이었다.

“읽을 수 있으니까 — 보입니다.”

“그렇다.”

아버지가 양피지를 접었다.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읽을 수 있으면 —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을 들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불이 조금 더 낮아졌다.

아버지가 장작을 하나 더 넣었다. 불이 다시 살아났다.

그 불빛 안에서 아버지가 말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목소리였다. 낮았다. 천천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놓듯이.

“그런데.”

소르카크타니는 듣고 있었다.

“아는 것을 보여주면 — 더 이상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소르카크타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계속 말했다.

“네가 읽는다는 것을 알면 — 사람들이 조심한다. 문서를 감춘다. 중요한 말을 네 앞에서 하지 않는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그러면.”

“모르는 척해야 한다.”

소르카크타니는 그 말을 들었다.

모르는 척. 알면서 모르는 척.

“그것이 — 더 많이 아는 방법이라는 것입니까.”

아버지가 처음으로 — 그 겨울 들어 처음으로 — 입가에 무언가가 스쳤다. 웃음이라고 하기엔 작았다. 그런데 웃음이었다.

“그렇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밤 소르카크타니는 오래 앉아 있었다.

아버지가 먼저 눈을 감았다. 화덕 앞에서. 담요를 덮고.

소르카크타니는 불을 보았다.

생각했다.

아는 것을 숨긴다. 그런데 — 그것이 포기가 아니었다. 더 많이 알기 위한 것이었다.

이바카 언니가 말했다. 살아있으면 볼 수 있다고.

아버지가 말했다. 떨어도 앞은 볼 수 있다고.

그리고 오늘 말했다. 아는 것을 보여주면 더 이상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세 가지였다.

살아있을 것. 앞을 볼 것. 그리고 아는 것을 감출 것.

그것이 — 이 집안이 소르카크타니에게 준 것이었다. 이 겨울에. 케레이트가 사라지는 동안에.

소르카크타니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손이었다. 열세 살의 손이었다.

이 손으로 — 흙 위에 글자를 그었다. 나무 판의 획을 따랐다. 양피지를 읽었다. 숫자의 어긋남을 보았다.

이 손이 — 지금부터 감춰야 하는 것을 가진 손이 됐다.

무거웠다.

그런데 — 이상하게도 든든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다음 날 아침.

테무진의 사람이 왔다.

아버지를 불렀다.

소르카크타니는 게르 안에서 그것을 알았다. 발소리로. 말 울음소리로. 어머니가 숨을 멈추는 것으로.

아버지가 나갔다.

소르카크타니는 앉아 있었다.

한참 뒤에 — 아버지가 돌아왔다.

소르카크타니를 보았다.

한 번만 보았다. 길지 않게.

그런데 그 눈에 — 모든 것이 있었다.

내일 떠난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소르카크타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저녁.

마지막이었다.

아버지가 접힌 양피지를 꺼냈다.

소르카크타니에게 건넸다.

“가져가거라.”

소르카크타니가 받았다.

“펴도 됩니까.”

“나중에.”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쥐었다. 작고 가벼웠다. 그런데 —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이 쓰여 있습니까.”

아버지가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다.”

소르카크타니는 더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한 것이 있었다. 아는 것을 보여주지 말라고. 그런데 — 아버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었다. 딸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밤.

소르카크타니는 양피지를 품에 넣었다.

차가웠다. 몸에 닿자 천천히 따뜻해졌다.

눈을 감았다.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흙 위에서 획을 그을 때. 나무 판을 내밀 때. 양피지를 건넬 때.

그 손이 — 이제 없어질 것이었다.

그런데 — 손이 한 것들은 남았다.

소르카크타니의 손 안에. 소르카크타니의 눈 안에. 소르카크타니의 뼈 안에.

그것은 없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가도 — 아버지가 가르친 것은 남았다.

소르카크타니는 그것을 알았다.

품 안의 양피지를 한 번 손으로 눌렀다.

바람이 불었다.

게르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