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 다윗 · 15 / 117

13장 — 십 사람들

십. 씨 뿌릴 무렵. 다윗이 스물일곱 살이던 해. 도망한 지 다섯 해.

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23장 19–29절 · 26장 1–4절

처음 온 것은 둘이었다.

젊은 축이었고 옷이 성치 않았다. 대문 밖에 서서 인사부터 했다. 나이 든 쪽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어르신, 물 좀 얻어 마시겠습니다.”

물을 줬다.

마시고 나서 한참 서 있다가 그중 하나가 말했다.

“지난달에 도둑이 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소?”

“목자들한테 들었습니다. 양 다섯이었다고요.”

”…”

“저희가 봐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갔다. 값 이야기는 없었다.

그 뒤로 정말 도둑이 없었다.

그해에도 없었고 이듬해에도 없었다. 전에는 매년 몇 마리씩 없어졌다. 심한 해에는 열 마리도 없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자들은 한군데 오래 있지 않았다. 한동안 언덕 너머에 연기가 안 보이면 갔구나 했다. 그러다 한 계절쯤 지나면 다시 보였다.

가면 안 오나 했다가, 오면 또 왔구나 했다.

그해 가을에 왔다.

같은 둘이었다. 이번에는 안뜰까지 들어와 앉았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없었소.”

“도둑은요.”

“없었소.”

“다행입니다.”

그러고는 앉아 있었다.

한참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그는 물을 더 내오게 했고, 그들은 물을 마시고 또 앉아 있었다.

해가 기울 때쯤 그가 곡식 두 자루를 내주었다.

받아 지고 나가면서 그중 하나가 말했다.

“어르신 덕분에 저희가 삽니다.”

그다음에는 봄에 왔다.

“양털 깎으실 때가 됐습니다.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붙였다. 여섯이 왔고 사흘 있었다. 일은 했다. 그런데 그 사흘 동안 여섯을 먹였다.

깎고 나서 또 왔다.

“별일 없으셨지요.”

”…없었소.”

넉 자루를 냈다.

세 번째 해부터는 오는 자가 바뀌었다.

처음 왔던 둘이 아니었다. 다른 자들이었고 인사가 짧았다. 물을 청하지 않고 그냥 마셨다.

값도 말했다.

“여섯 자루 주십시오.”

”…여섯이오?”

“작년에 넷이었는데 사람이 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그는 이웃과 이 이야기를 했다.

“안 주면 어떻게 되겠소.”

물어놓고 그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가을에 종이 맞고 왔다.

아래 목장에서였다. 저들이 양 두 마리를 몰고 가는데 종이 막았다고 했다. 어르신께 여쭙고 가시라고 했다고.

한 대 맞고 넘어졌고, 일어나려는데 한 대 더 맞았다고 했다.

돌아온 종은 광대뼈가 부어 있었다.

”…뭐라고 하더냐.”

”…”

“뭐라고 하더냐고.”

”…어르신께 여쭤보라 했더니, 여쭤볼 것 없이 어르신도 아신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자지 못했다.

여쭤볼 것 없이 안다고 했다.

그 말이 계속 걸렸다.

두 자루를 내줄 때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넉 자루를 낼 때도 안 했다. 여섯이라고 했을 때도 안 했다.

안 했으니 아는 것이 되었다.

그때 한마디라도 했어야 했다.

이듬해 봄에는 씨앗을 가져갔다.

창고 안쪽에 따로 둔 것이었다. 남기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 자리 것은 먹지 않는다. 그것으로 다음 해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안쪽까지 들어와서 가져갔다.

그는 마을 마당에 사람들을 모았다.

일곱이 왔다. 이 근방에서 목장을 가진 집들이었다.

“작년에 얼마 나갔소.”

”…여섯이오.”

“우리는 여덟이오. 목장이 둘이니.”

“우리는 열입니다.”

“양은.”

“양도 갑니다. 세지도 않고 가져갑니다.”

“작년에 우리 집 종이 맞았소.”

“우리 집 애도 맞았습니다.”

”…”

“그 얘기를 왜 안 하셨소.”

”…”

말이 끊겼다.

한참 뒤에 나이 든 자가 말했다.

“그래도 도둑은 없어졌지 않소.”

“도둑이 매년 옵디까.”

”…”

“도둑은 삼 년에 한 번 옵니다. 저것들은 해마다 옵니다. 갔다가도 돌아옵니다.”

”…”

“그리고 도둑은 밤에 옵니다. 저것들은 낮에 대문으로 들어옵니다.”

또 다른 자가 말했다.

“저 사람들도 굶는답디다.”

”…”

“거기 육백이랍니다. 육백이 먹으려면 어디서든 나와야지요.”

“그러면 우리 씨앗에서 나옵니까.”

”…”

“우리 씨앗에서 나옵니까, 그게.”

그날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열흘 뒤에 그가 다시 모았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말했다.

“왕의 전갈이 있었소.”

”…두 해 전 그것 말이오?”

“그렇소. 사위를 보거든 알리라고 했소.”

”…”

“우리는 봤소. 목자들이 매일 보고 있소. 물 뜨는 자리도 아오.”

”…”

“그러면 우리는 알고도 가만있는 것이오.”

거기서 말이 달라졌다.

“놉이 어떻게 됐는지 아시오.”

”…압니다.”

“떡 다섯 덩이였다고 합디다. 다섯 덩이에 여든다섯이오. 성읍이 통째로 없어졌소.”

”…”

“우리는 두 해째 곡식을 내고 있소. 자루로 스물이 넘소.”

”…”

“떡 다섯 덩이에 여든다섯이면, 스무 자루면 우리는 어떻게 되오.”

그 말이 마당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억울한 이야기였다. 그때부터는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언제 갑니까.”

”…”

“어차피 갈 거면 먼저 가야 합니다. 다른 데서 먼저 말하면 우리는 늦게 온 자가 됩니다.”

“늦게 오면요.”

“늦게 오면 값이 없지요.”

넷이 갔다.

혼자 가면 혼자 책임진다. 넷이 가면 마을이 간 것이 된다.

기브아까지 이틀이었다.

왕은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가 왕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십 몇 해 전 소집 때였다. 그때는 사람들 머리 위로 어깨가 나왔다.

지금도 컸다. 앉아 있는 자세가 달랐다.

준비해 온 말을 했다.

“다윗이 저희 땅에 숨어 있습니다. 광야 남쪽 하길라 산 수풀 요새입니다.”

”…”

“목자들이 매일 봅니다. 물 뜨는 자리를 압니다.”

”…”

“왕께서 원하시면 저희가 그를 왕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왕이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너희가 나를 불쌍히 여겼구나.”

그는 고개를 숙였다.

불쌍히 여겼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 말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가서 더 자세히 알아보아라.”

”…예.”

“그가 어디에 발을 붙이는지, 누가 그를 보았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그가 심히 교활하다고 하더라.”

“예.”

“확실히 알거든 다시 오너라. 내가 너희와 함께 가겠다.”

돌아오는 이틀 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이웃 하나가 물었다.

“값 얘기는 없으셨습니다.”

”…”

“복 받으라고는 하셨는데.”

“들었소.”

“그게 값입니까.”

”…”

“어르신, 그게 값이냐고요.”

“들었다지 않소.”

한 달 뒤에 왕이 왔다.

삼천이라고 했다. 언덕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마을에서 봤다. 목자들이 앞장서서 물 뜨는 자리를 짚어줬다.

무리가 마온 쪽으로 밀렸다는 말이 왔다.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이쪽 비탈에 왕이, 저쪽 비탈에 저들이 붙었다고 했다.

거의 다 되었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전령이 뛰어왔다.

블레셋이 서쪽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왕이 그 자리에서 군을 돌렸다. 밤을 새워 서쪽으로 갔다.

사흘 뒤에 목자가 왔다.

언덕 너머에서 연기가 났다고 했다.

여전히 거기 있다고 했다.

그는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한 계절쯤 뒤에 또 올 것이었다. 안뜰까지 들어와 앉을 것이고, 별일 없으셨느냐고 물을 것이고, 도둑은 없었느냐고 물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밤에 개가 짖었다.

그는 일어나 앉았다.

한참 짖다가 그쳤다. 담 밖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눕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