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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3장 — 십 사람들"
work: "밧세바"
part: "1권 · 다윗"
chapter: 15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015/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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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 십 사람들

**십. 씨 뿌릴 무렵. 다윗이 스물일곱 살이던 해. 도망한 지 다섯 해.**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사무엘상 23장 19–29절 · 26장 1–4절</p>

처음 온 것은 둘이었다.

젊은 축이었고 옷이 성치 않았다. 대문 밖에 서서 인사부터 했다. 나이 든 쪽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어르신, 물 좀 얻어 마시겠습니다."

물을 줬다.

마시고 나서 한참 서 있다가 그중 하나가 말했다.

"지난달에 도둑이 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소?"

"목자들한테 들었습니다. 양 다섯이었다고요."

"…"

"저희가 봐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갔다. 값 이야기는 없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 뒤로 정말 도둑이 없었다.

그해에도 없었고 이듬해에도 없었다. 전에는 매년 몇 마리씩 없어졌다. 심한 해에는 열 마리도 없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자들은 한군데 오래 있지 않았다. 한동안 언덕 너머에 연기가 안 보이면 갔구나 했다. 그러다 한 계절쯤 지나면 다시 보였다.

가면 안 오나 했다가, 오면 또 왔구나 했다.

그해 가을에 왔다.

같은 둘이었다. 이번에는 안뜰까지 들어와 앉았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없었소."

"도둑은요."

"없었소."

"다행입니다."

그러고는 앉아 있었다.

한참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그는 물을 더 내오게 했고, 그들은 물을 마시고 또 앉아 있었다.

해가 기울 때쯤 그가 곡식 두 자루를 내주었다.

받아 지고 나가면서 그중 하나가 말했다.

"어르신 덕분에 저희가 삽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다음에는 봄에 왔다.

"양털 깎으실 때가 됐습니다.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

붙였다. 여섯이 왔고 사흘 있었다. 일은 했다. 그런데 그 사흘 동안 여섯을 먹였다.

깎고 나서 또 왔다.

"별일 없으셨지요."

"…없었소."

넉 자루를 냈다.

세 번째 해부터는 오는 자가 바뀌었다.

처음 왔던 둘이 아니었다. 다른 자들이었고 인사가 짧았다. 물을 청하지 않고 그냥 마셨다.

값도 말했다.

"여섯 자루 주십시오."

"…여섯이오?"

"작년에 넷이었는데 사람이 늘었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작년 이맘때 그는 이웃과 이 이야기를 했다.

"안 주면 어떻게 되겠소."

물어놓고 그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가을에 종이 맞고 왔다.

아래 목장에서였다. 저들이 양 두 마리를 몰고 가는데 종이 막았다고 했다. 어르신께 여쭙고 가시라고 했다고.

한 대 맞고 넘어졌고, 일어나려는데 한 대 더 맞았다고 했다.

돌아온 종은 광대뼈가 부어 있었다.

"…뭐라고 하더냐."

"…"

"뭐라고 하더냐고."

"…어르신께 여쭤보라 했더니, 여쭤볼 것 없이 어르신도 아신다고 했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 밤 그는 잠을 자지 못했다.

여쭤볼 것 없이 안다고 했다.

그 말이 계속 걸렸다.

두 자루를 내줄 때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넉 자루를 낼 때도 안 했다. 여섯이라고 했을 때도 안 했다.

안 했으니 아는 것이 되었다.

그때 한마디라도 했어야 했다.

이듬해 봄에는 씨앗을 가져갔다.

창고 안쪽에 따로 둔 것이었다. 남기는 자리는 정해져 있고 그 자리 것은 먹지 않는다. 그것으로 다음 해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안쪽까지 들어와서 가져갔다.

그는 마을 마당에 사람들을 모았다.

일곱이 왔다. 이 근방에서 목장을 가진 집들이었다.

"작년에 얼마 나갔소."

"…여섯이오."

"우리는 여덟이오. 목장이 둘이니."

"우리는 열입니다."

"양은."

"양도 갑니다. 세지도 않고 가져갑니다."

"작년에 우리 집 종이 맞았소."

"우리 집 애도 맞았습니다."

"…"

"그 얘기를 왜 안 하셨소."

"…"

말이 끊겼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참 뒤에 나이 든 자가 말했다.

"그래도 도둑은 없어졌지 않소."

"도둑이 매년 옵디까."

"…"

"도둑은 삼 년에 한 번 옵니다. 저것들은 해마다 옵니다. 갔다가도 돌아옵니다."

"…"

"그리고 도둑은 밤에 옵니다. 저것들은 낮에 대문으로 들어옵니다."

또 다른 자가 말했다.

"저 사람들도 굶는답디다."

"…"

"거기 육백이랍니다. 육백이 먹으려면 어디서든 나와야지요."

"그러면 우리 씨앗에서 나옵니까."

"…"

"우리 씨앗에서 나옵니까, 그게."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날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열흘 뒤에 그가 다시 모았다.

이번에는 그가 먼저 말했다.

"왕의 전갈이 있었소."

"…두 해 전 그것 말이오?"

"그렇소. 사위를 보거든 알리라고 했소."

"…"

"우리는 봤소. 목자들이 매일 보고 있소. 물 뜨는 자리도 아오."

"…"

"그러면 우리는 알고도 가만있는 것이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거기서 말이 달라졌다.

"놉이 어떻게 됐는지 아시오."

"…압니다."

"떡 다섯 덩이였다고 합디다. 다섯 덩이에 여든다섯이오. 성읍이 통째로 없어졌소."

"…"

"우리는 두 해째 곡식을 내고 있소. 자루로 스물이 넘소."

"…"

"떡 다섯 덩이에 여든다섯이면, 스무 자루면 우리는 어떻게 되오."

그 말이 마당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때까지는 억울한 이야기였다. 그때부터는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언제 갑니까."

"…"

"어차피 갈 거면 먼저 가야 합니다. 다른 데서 먼저 말하면 우리는 늦게 온 자가 됩니다."

"늦게 오면요."

"늦게 오면 값이 없지요."

<p class="sep" aria-hidden="true">◆</p>

넷이 갔다.

혼자 가면 혼자 책임진다. 넷이 가면 마을이 간 것이 된다.

기브아까지 이틀이었다.

왕은 언덕 위에 앉아 있었다.

그가 왕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십 몇 해 전 소집 때였다. 그때는 사람들 머리 위로 어깨가 나왔다.

지금도 컸다. 앉아 있는 자세가 달랐다.

준비해 온 말을 했다.

"다윗이 저희 땅에 숨어 있습니다. 광야 남쪽 하길라 산 수풀 요새입니다."

"…"

"목자들이 매일 봅니다. 물 뜨는 자리를 압니다."

"…"

"왕께서 원하시면 저희가 그를 왕의 손에 넘기겠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왕이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너희가 나를 불쌍히 여겼구나."

그는 고개를 숙였다.

불쌍히 여겼다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 말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가서 더 자세히 알아보아라."

"…예."

"그가 어디에 발을 붙이는지, 누가 그를 보았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그가 심히 교활하다고 하더라."

"예."

"확실히 알거든 다시 오너라. 내가 너희와 함께 가겠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돌아오는 이틀 동안 그는 말이 없었다.

이웃 하나가 물었다.

"값 얘기는 없으셨습니다."

"…"

"복 받으라고는 하셨는데."

"들었소."

"그게 값입니까."

"…"

"어르신, 그게 값이냐고요."

"들었다지 않소."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 달 뒤에 왕이 왔다.

삼천이라고 했다. 언덕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마을에서 봤다. 목자들이 앞장서서 물 뜨는 자리를 짚어줬다.

무리가 마온 쪽으로 밀렸다는 말이 왔다. 산 하나를 가운데 두고 이쪽 비탈에 왕이, 저쪽 비탈에 저들이 붙었다고 했다.

거의 다 되었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전령이 뛰어왔다.

블레셋이 서쪽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왕이 그 자리에서 군을 돌렸다. 밤을 새워 서쪽으로 갔다.

사흘 뒤에 목자가 왔다.

언덕 너머에서 연기가 났다고 했다.

여전히 거기 있다고 했다.

그는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한 계절쯤 뒤에 또 올 것이었다. 안뜰까지 들어와 앉을 것이고, 별일 없으셨느냐고 물을 것이고, 도둑은 없었느냐고 물을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밤에 개가 짖었다.

그는 일어나 앉았다.

한참 짖다가 그쳤다. 담 밖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눕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