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 17 / 20
⟪시나리오 대본: SCENE 15⟫
귀향길 – 유언을 남기는 아히도벨
EXT. 유다 남부, 산길 – 석양 무렵
아히도벨과 엘리암, 말을 타고 걷는다.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진다.
침묵 속에서 한참이 흐른다.
아히도벨
(말을 멈추며)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하나도 빠짐없이
밧세바에게 전해라.
엘리암
아버님…
아히도벨
(조용히)
나는 죽어야 한다. 내 책략은 실패했다. 내가 살아있다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의 뜻은 남는다. 내 의지는 반드시 남긴다.
아히도벨
지금부터, 내 마지막 말을 들어라.
내 평생의 숙원과 목표. 그리고 내가 목숨과 맞바꾸어 얻은 마지막 지혜의 책략을…
밧세바에게 반드시 전달해서, 그들이 살 수 있도록…
가문이 영원히 기록되도록 해라.
텍스트 오버레이
“아히도벨은 고향으로 돌아가, 스스로 목을 매고 조상들에게 돌아갔다.”
– 열왕기상 2:23
장례 – 엘리암의 침묵
EXT. 헵론 – 고요한 무덤 앞
하얀 돌.
간결한 비문.
“아히도벨. 지혜의 자. 책략의 집.”
엘리암, 말없이 서 있다.
그는 눈을 감고 머리를 숙인다.
비는 내리지 않는다.
오직 바람만 분다.
LOCATION: 밧세바의 방, 깊은 밤
INT. 예루살렘 – 밧세바의 방, 밤
방 안엔 촛불 몇 개만이 켜져 있다.
솔로몬은 잠들어 있다.
유모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엘리암,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다.
그의 손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전해져야 할 기억의 무게가 서려 있다.
밧세바
(작게)
말씀… 주세요.
엘리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다.
엘리암의 음성에 맞춰,
장면은 회색빛 오버레이,
각 인물과 장소들이 그림자처럼 겹쳐진다.
엘리암 (VO)
“압살롬은 실패했다.
그가 가진 건 젊음과 외모뿐이었고,
그는 속전속결의 전략을 따르지 않았다.”
오버랩:
압살롬이 후궁들과 옥상에 앉아 웃고 있다.
그러나 후새의 조언을 따르며 지체하는 모습.
아히도벨이 그걸 보고 돌아서는 장면.
엘리암 (VO)
“그는 왕의 축복도 없었고,
기름 부음도 받지 못했고,
무엇보다—
말을 듣지 않았다.”
오버랩:
어린 다윗에게 기름을 붓는 사무엘.
그러나 압살롬에게 그런 장면은 없다.
그 공백이 오히려 더 선명하다.
엘리암 (직접 대사)
그래서… 아버지는 말했다.
“이제 우리는,
지혜로 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밧세바, 천천히 숨을 쉰다.
손을 가슴 위에 올린다.
엘리암
(또박또박)
솔로몬.
아마도… 이 아이가 그 아이가 되어야 하겠다.
(잠든 3~4살 아이 솔로몬의 모습이 보인다.)
오버랩:
성문 앞, 판단했던 어린 솔로몬.
사람들의 속삭임: “여디디야…”
엘리암
아버지가 주신 그림이다. 구도다.
우리 가문만이 알 수 있는 구도.
그는 작은 원을 그린다. 탁자 위에
엘리암
중심엔… 네가 서야한다.
밧세바.
오버랩:
젊은 밧세바, 옥상에서 목욕하던 모습
그 얼굴이 겹친다.
엘리암
그 위로, 솔로몬.
이 아이의 이름이 훗날 기름 부음과 함께 울려 퍼져야 한다.
오버랩:
기혼샘에서 기름 붓는 솔로몬
아이를 안고 있는 밧세바
환호하는 군중
엘리암
왼쪽엔, 나단.
그는 선지자이며,
다윗의 가장 깊은 죄를 기억하고 있는 자다.
그 기억이, 왕의 입을 열게 할 거다.
그리고 그에게는 성전건축을 약속해라.
오버랩:
나단이 다윗에게 “당신이 그 사람입니다”라며
손가락을 들이대던 장면
엘리암
오른쪽엔, 브나야.
그는 말이 없지만,
칼을 든 팔이다.
실행 없이는 뜻도 없다. 모든 것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내 이름과 우리아를 불러, 곁에 두어라.
오버랩:
브나야가 들쳐맨 우리아의 시신
그가 칼을 갈고 있는 장면
엘리암
아래엔, 사독.
기름을 붓는 손이 있어야
왕은 태어난다.
사독이 그것 할 거다.
그에게는 제사장 가문의 영속성을 약속해라.
오버랩:
사독이 제사장의 복장을 갖추며
성소에서 기름뿔을 꺼내는 장면
엘리암 (숨을 고르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다윗의 마음을 무너뜨려 그의 입을 열어야 한다.
밧세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눈이 촉촉해진다.
그러나 흔들림은 없다.
엘리암
그가 늙었을 때,
살아온 것보다 죽은 자들의 얼굴을 더 자주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을 때.
거기서…
우리아와 너와 다윗의 죽은 첫 아이를 꺼내라.
오버랩:
우리아의 장례식에서 오열하던 밧세바.
이후 다윗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갓난아이가 죽어가는 장면
다윗이 침상에 앉아 고개를 떨구는 모습
그리고 그 앞에서 무릎 꿇은 밧세바
엘리암 (마지막 대사)
이건…
왕위를 얻는 책략이 아니라,
지혜를 혈통으로 남기는 전승이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이렇게 말하셨다.
“나는 우리가문의 피를 반드시 왕가에 넣는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남고, 영원히 기억되는 길이다.”
정적.
밧세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조용히 창밖을 본다.
보름달이 떠 있다.
그녀가 조용히 일어난다.
어린 솔로몬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본다.
밧세바 (속으로, VO)
지혜는 물려줄 수 없다.
하지만…
지혜의 방식은, 남길 수 있다.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