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 3 / 20
⟪시나리오 대본: SCENE 2⟫
PART 1. 그날의 시선
SCENE 2 – 예루살렘 성 안. 골목 어귀의 폐문 근처. 새벽 직전.
바람 소리. 먼 곳에서 장작 타는 냄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시.
골목은 조용하다. 폐문 옆 담장을 따라 사람의 발소리가 들린다.
밧세바가 검은 망토를 입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담장 옆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본다.
나단.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자세와 침묵이 그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서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인다.
두 사람은 벽을 따라 걷는다.
말이 없다. 걷는 리듬이 맞춰져 있다.
발소리만이 시간을 가르고 있다.
지문
한 골목 끝, 오래 닫힌 아치형 문 안으로 들어선다.
낡은 돌계단을 올라 폐쇄된 탑의 내부.
둘은 익숙한 듯 작은 테이블 앞에 마주 앉는다.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가 켜진다.
(한참의 정적.)
나단
(낮고 무표정한 목소리)
엔로겔입니다.
어제부터…, 그리고 오늘 저녁… 요압, 아비아달, 그리고… 아도니야.
(밧세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눈빛엔 두려움이 없다.)
밧세바
(차분히)
오늘 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나단은 고개를 숙인다. 생각 없이, 이미 예정된 수순처럼.)
나단
왕은 당신을 봅니다.
나는… 문을 열게 하겠습니다.
(짧은 정적.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의 얼굴을 천천히 확인한다.)
밧세바
(짧고 굳건하게)
솔로몬은… 살아야 합니다.
(나단 고개 끄덕인다. 대답은 없다. 불이 약간 흔들린다.)
나단
(입가에 희미한 웃음)
언제나 당신이 먼저였죠.
(밧세바는 웃지 않는다. 대신 촛불을 손바닥으로 막았다가 놓는다.)
(불꽃이 잠깐 사라졌다 다시 살아난다.)
지문
두 사람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다.
벽 쪽 비밀문을 열고 빠져나간다.
말없이, 그러나 모든 것이 합의된 사람들처럼.
FADE OUT
SCENE 2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