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 4 / 20

⟪시나리오 대본: SCENE 3⟫

PART 1. 그날의 시선
SCENE 3 – 왕의 방 입장 전, 그리고 첫 대면 (기 · 승 파트)

INT. 예루살렘 왕궁. 내실 복도. 새벽이 막 밝아오는 시각.

구불구불한 복도. 벽에 걸린 등불은 거의 꺼져가고 있다.
석등이 뿜는 붉은빛이 노쇠한 시간의 냄새처럼 느껴진다.

긴 복도 끝, 문 앞에 밧세바가 서 있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연다.

INT. 왕의 침실 – 새벽.

방 안은 공기가 무겁다.
노쇠한 다윗 왕이 침대에 누워 있다.
베개 옆엔 젊은 여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앉아 있다 — 아비삭.

아비삭은 잠들어 있는 왕의 이마를 조용히 닦고 있다.
그녀의 손이 약간 떨린다.
몸에 걸친 옷은 얇고, 곁에 놓인 겉옷은 아직 접혀 있다.

밧세바가 조용히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아비삭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비삭은 시선을 내리고 겉옷을 들고 일어선다.

아비삭
(작게, 숨죽이며)
죄송합니다… 전… 나가겠습니다.

지문
아비삭은 조용히 지나가며, 밧세바와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돌린다.
밧세바는 잠시 아비삭의 뒷모습을 본다.
그 눈빛엔 분노도, 질투도, 멸시도 없다.
그저 피로와 목적만이 담겨 있다.

다윗은 눈을 감은 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숨결은 느리고, 마치 살아 있는 송장 같다.

밧세바는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시선은 그를 본다.

밧세바
(조용히)
왕이시여… 깨어 계신다면, 부디… 제 말을 들으소서.

정적.
다윗의 손가락 하나가 살짝 움직인다.

다윗
(힘없는 목소리)
…밧세바… 여긴 왜…

밧세바
(숨을 고르며)
전하, 오늘… 오늘은 전하의 이름이 지켜져야 하는 날입니다.
이 땅 위에 남을… 유일한 뜻이요, 마지막 날입니다.

(그녀의 눈엔 벌써 눈물이 고여 있다.)

밧세바
(담담하게 시작하지만 점차 격해지며)

전하, 기억하십니까…
그날을.

저는 그저… 목욕을 했을 뿐입니다.
그저 살던 대로, 낮게 살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하의 눈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저는…
전하의 사람을, 남편 우리아를 잃었습니다.
전하의 아이도,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아이를 잃었습니다.

(그녀는 목소리를 잠시 멈춘다.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말한다.)

밧세바
그 후 저는…
이 궁 안에서 매일, 매일 죽었습니다.
제 몸에서 난 아이를 잃었고,
그 아이의 죽음을 본 그날부터 한 동안 전하를 볼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전하는 다시 저를 찾아오셨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다시 전하가 찾아 와 아이를 갖고 그렇게 낳은 아이가 넷이 되었습니다.

넷이요.

아이들은 아버지가 왕이라는 것은 알지만, 아버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왕이니까요.

그 아이들을 저는 길러냈습니다. 궁에서, 외롭게, 혼자서.

(이제 눈물은 흐르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다잡지만, 몸은 흔들린다.)

밧세바
그러나 이제…
전하, 이 아이, 여디디야만은…
그 아이만은, 살게 해 주십시오.

지문
다윗은 입을 떼지 않는다.
그러나 눈이 뜨여 있다.
그의 입가엔 굳은 주름만이 맺힌다.

화면 암전 전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