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시선 · 3 / 11

제2장 – 무너지는 왕

이불 안쪽의 공기는 마치 흙 속 같았다.

움직이지 않아도, 호흡만으로 내 몸이 깊은 곳으로 꺼져드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의 경계가 무너졌다.

가끔 눈을 뜨면 천장이 보이고, 가끔 눈을 떠도 어둠뿐이다.

아비삭이라는 처녀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아이는 조용하다.

가끔 이마를 짚고, 물을 건네고, 다리가 저린 나를 부드럽게 일으킨다.

그 아이는 말을 아낀다.

그게 고맙다.

나는 이제 대답할 기력이 없다.

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가,

그 생각을 했다.

나는 더 이상 사내가 아니고,

남자도 아니며,

단지 무너지는 한 노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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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목에 기름을 붓던 그 날.

형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름 냄새가 낯설었고,

사무엘의 눈빛은 너무 무거웠다.

골리앗.

그 거인의 얼굴을 쳐다보던 내 심장은

두려움보다 커다란 기쁨으로 뛰고 있었다.

내가 이길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나를 내던진 것이 기뻤다.

그리고…

동굴.

숨죽이며, 사울의 칼날을 피하던 밤들.

나는 사울을 사모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미워했고,

결국 그를 무너뜨린 건 내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 무너짐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왕이 된 날.

사람들이 외쳤고,

나는 기도했고,

하지만 곧 알았다.

그날부터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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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그 아이는 내 피였다.

그러나 내 적이 되었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죽이려 했다.

그리고 죽었다.

새바의 반역.

그 마지막 전장을 마주한 뒤

나는 말에서 내려와 다시는 올라서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빠르게 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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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

아, 밧세바…

그렇지.

우리아의 아내였던…

그 첫 아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울고 있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지은 적도 없었다.

이름 없이 묻힌 아이.

지금도 나는 그 아이를 부를 수 없다.

밧세바가 아이를 안고 울 때,

나는 등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건 죄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여인을 두 번 잃었다.

그 여인이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 옆에 있을 때조차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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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열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들어오는 사람의 걸음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주 단단했다.

익숙한 걸음이었다.

밧세바.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숨을 골랐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떨렸고,

조금은 담담했다.

그녀는 말했다.

아도니야가 왕이 되려 한다고.

요압이 그 옆에 있다고.

모두들 움직이고 있다고.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말을 이어갔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녀는 나를 향해 말했다.

나의 침묵을 죄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무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그 안에 한 생애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우리아.

첫 아이.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

그녀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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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숨이 막혔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럴 힘도, 그럴 눈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무너졌다.

그녀가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을 때,

나는 오랫동안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했소.”

“…그대마저 보낼 순 없소.”

“…뜻대로 하시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억은 하나둘 희미해지고,

숨결은 천천히 깊어졌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틈에서,

나는 그 여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 날이,

시작되었다.

내 마지막 날.

왕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