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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제2장 – 무너지는 왕"
work: "그 날의 시선"
part: "그 날의 시선"
chapter: 3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that-day/03/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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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 무너지는 왕

이불 안쪽의 공기는 마치 흙 속 같았다.

움직이지 않아도, 호흡만으로 내 몸이 깊은 곳으로 꺼져드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의 경계가 무너졌다.

가끔 눈을 뜨면 천장이 보이고, 가끔 눈을 떠도 어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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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삭이라는 처녀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아이는 조용하다.

가끔 이마를 짚고, 물을 건네고, 다리가 저린 나를 부드럽게 일으킨다.

그 아이는 말을 아낀다.

그게 고맙다.

나는 이제 대답할 기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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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이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나와 함께 있어야 하는가,

그 생각을 했다.

나는 더 이상 사내가 아니고,

남자도 아니며,

단지 무너지는 한 노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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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목에 기름을 붓던 그 날.

형들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보았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름 냄새가 낯설었고,

사무엘의 눈빛은 너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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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그 거인의 얼굴을 쳐다보던 내 심장은

두려움보다 커다란 기쁨으로 뛰고 있었다.

내가 이길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나를 내던진 것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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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굴.

숨죽이며, 사울의 칼날을 피하던 밤들.

나는 사울을 사모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미워했고,

결국 그를 무너뜨린 건 내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 무너짐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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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날.

사람들이 외쳤고,

나는 기도했고,

하지만 곧 알았다.

그날부터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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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살롬.

그 아이는 내 피였다.

그러나 내 적이 되었다.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죽이려 했다.

그리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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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바의 반역.

그 마지막 전장을 마주한 뒤

나는 말에서 내려와 다시는 올라서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빠르게 늙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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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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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밧세바...

그렇지.

우리아의 아내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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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아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울고 있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지은 적도 없었다.

이름 없이 묻힌 아이.

지금도 나는 그 아이를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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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가 아이를 안고 울 때,

나는 등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건 죄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여인을 두 번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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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이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 옆에 있을 때조차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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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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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았다.

들어오는 사람의 걸음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주 단단했다.

익숙한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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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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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감은 채로 숨을 골랐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떨렸고,

조금은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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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했다.

아도니야가 왕이 되려 한다고.

요압이 그 옆에 있다고.

모두들 움직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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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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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말을 이어갔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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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향해 말했다.

나의 침묵을 죄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무책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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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그 안에 한 생애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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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했다.

우리아.

첫 아이.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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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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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나는 숨이 막혔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럴 힘도, 그럴 눈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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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을 때,

나는 오랫동안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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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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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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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마저 보낼 순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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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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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기억은 하나둘 희미해지고,

숨결은 천천히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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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사라지는 그 틈에서,

나는 그 여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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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시작되었다.

내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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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