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록 · 6 / 9
Session 6 – 르호보암
그는 문을 열지 않았다.
이미 안에 있었다.
무엇을 열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누가 그를 부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색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게.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렇게 앉아 있었다.
“어서 오세요, 르호보암님.”
그녀의 인사는 조용했고,
그는 고개만 조금 끄덕였다.
“…제 이름을 아시네요.”
“물론입니다.”
“…제 이름은 잘 기억되지 않는데도요.”
“그렇기에 더 조심히 불러야겠죠.”
그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다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모든 게
저로부터 무너졌습니다.”
“그건,
망친 게 아니라 이미 기울어졌던 것들이
결국 넘어진 거겠죠.”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고요?”
“네.
이미 오래전부터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그저 역할을 수행하신 건가요?”
“그렇게 말하면 편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을요?”
“할아버지 다윗의 이름,
아버지 솔로몬의 그림자,
열 지파의 요구,
백성의 기대,
하나님의 무언의 침묵…
저는 이방 여인의 아들이었으니까요…”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그 모든 것들이
너무 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요.”
“아버지는
당신께 무엇을 주셨나요?”
“…지혜 ?”
“그건 도움이 되었나요?”
“…지식이었을 뿐,
방향은 없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었던 건가요?”
“…몰랐습니다.
계속
뒤를 보며 걷고 있었어요.”
그녀는 종이에 짧게 적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다윗의 손자,
르호보암.”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 이름들이
제 이름을 덮어버렸죠.”
그녀는 마지막으로 조용히 물었다.
“당신은
자신을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그는 말없이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시작은 아니었습니다.
끝도 아니었고요.”
“그저,
끝나는 시점에
존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뿌린 게 아니라,
그저
내게서
멈춘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누군가를 탓하는 말이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그냥…
사실을 받아들이는 말입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한 번만 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