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록 · 5 / 9

Session 5 — 솔로몬

그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누가 불러서 온 건 아니었지만,

그는 이미 그 자리에 와 있었다.

문을 여는 것도,

앉으라는 제안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부터 거기에 앉아 있던 사람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말할 준비는 되어 있는 사람.

“어서 오세요, 솔로몬님.”

“이름이 반갑지는 않습니다.”

그는 시선을 들지 않았다.

손을 모아 무릎 위에 얹고

고개를 낮추었다.

“왜 그렇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던 이름이거든요.”

“당신은… 기대에 부응하셨나요?”

“그랬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중요한 건,

저 자신이

그 기대를 끝내 사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마음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는 작게 웃었다.

짧은 호흡 속에서

조금의 따뜻함이 비쳤다.

“…그래서 저도 오래 걸렸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시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은 없습니다.”

“사진 같은 장면은요?”

“있죠.

중년 그리고 노인이었습니다.

말수 적고,

누군가와 함께 누워 있었죠.”

“누구와요?”

“…한 여자였습니다. 아비삭…

저보다 몇 살 위였던 것 같고,

아버지를 따뜻하게 품고 있었어요.”

“그 장면에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분리감.

그는 내 아버지인데, 어머니는 여기 있는데.

나에게 그런 방식으로 다가온 적은 없다는 걸 깨달았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요?”

“강한 사람.

단호했고,

정확했고,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 목적은?”

“저를 왕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저에게 물려주는 것.”

“그 유산은 무엇이었나요?”

“그때는 왕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였습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단어를 고르고,

그 단어의 무게를 한번 더 생각한 뒤,

입 밖에 내는 식으로.

“나는 아버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분은 항상 멀었고,

대화가 없었고,

오히려 다른 형제들보다

나와 더 멀리 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아버지로서 제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언제 아버지를 만나셨나요?”

“…그분의 시편을 읽을 때였습니다.”

“한 편 기억나시나요?”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는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읊기 시작했다.

“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그 시는,

처음으로

아버지가

내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그분은…

외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사랑도, 죄도, 침묵도…

너무 많았습니다.”

“나는

그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아버지를 통합하신 거군요.”

“예.

내 안에서,

그는 비로소,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니 나는 비로소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 유산을 넘기지 못하셨군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슬픔입니다.”

“나는 너무 늦게 알았고,

너무 늦게 이해했습니다.”

“아버지는 글을 남겼고,

나는 지혜를 쌓았지만,

사랑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르호보암에게

넘겨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짧게 말했다.

“나는 왕이었지만, 그리고 아들이 되었지만,

나 스스로는 아버지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종이를 덮었다.

그날의 기록은,

시 한 편보다 짧았다.

그러나 충분했다.

솔로몬은 아버지를

마침내 시로 만나고,

자기 안에서

그를 살아 있게 한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물려주지 못한 마지막 아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