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록 · 4 / 9
Session 4 – 아도니야
그는 이미 앉아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는 위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도니야님.”
그녀의 말에
그는 눈을 잠깐 깜빡이고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뭐라고요?”
“어서 오세요, 라고요.”
“…그래요,
나는…
오긴 했네요.”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죽은 곳.”
“네.
당신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뭐,
그렇다고 봐야겠죠.”
그는 말끝마다
허공에 마침표를 찍듯
짧게 끊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딱히요.”
“억울하신가요?”
“…그건 좀.”
“화가 나시나요?”
“…아니요.”
“서운하신가요?”
“…그건 있었죠.”
그녀는 작게 웃었다.
“그건 있었다”는 말에
조금 따뜻한 사람이 느껴졌다.
“어떤 게 서운했나요?”
“…그냥.
내가 제일 오래 있었는데.”
“가족 중에서요?”
“응.
맨날 옆에 있었죠.
기다렸고.”
“기다리셨군요.”
“…응.
준비도 했어요.
막 욕심부린 것도 아니고…
아버지한테도 말했어요.
‘이제 내가 해도 되지 않냐고, 내 차례가 된 거니까…’”
“아버지는 뭐라고 하셨나요?”
“…말 없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냥
기다렸어요.
그래도,
‘아도니야’라고 불러줄 줄 알았는데…”
“대신…”
“…동생이 불렸죠.”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나요?”
“…내가 틀렸나?
싶긴 했어요.”
“그런데 왜 결국,
왕의 자리를 요구하셨나요?”
“…그냥,
물어본 거였어요.”
“솔로몬의 어머니에게?”
“…응.
정확히는,
사실 저는 궁금했어요.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아비삭을 달라는 얘기를 했죠. 그럼 그 아이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으니까..”
“후궁은 왕의 소유라는 관습이 있죠.”
“…그러니까,
그렇게 된 거예요.”
“그래서 결국…”
“…죽었죠.
동생한테. 아니 밧세바에게…정확히는 브나야에게”
“지금 어떤가요?”
“…죽은 것 같긴 해요.”
“받아들이셨나요?”
“…네.
형들도 다 그랬고,
나는 그냥 좀…
덜 요란하게 온 거죠.”
“서운함은 사라졌나요?”
“…조금 남았어요.”
“누구에게요?”
“…아무도 아니에요.
그냥… 이름이 한 번쯤
불렸으면 했어요.”
“제가 불러드릴게요.”
“…”
“아도니야.”
그는 아주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네요.”
그녀는 종이를 접었다.
아무 말도 적지 않았다.
이번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