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기록 · 2 / 9

Session 2 — 암논

공간은 차가웠다.

바닥은 돌처럼 단단했고,

벽은 비어 있었다.

창은 없었고,

빛도 딱히 들어오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어딘가 환했다.

그는 입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뭐요?

궁도 아니고, 궁정도 아닌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방 한가운데 앉아 있었다.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는 당황했다.

“…무슨… 농담이오?”

그녀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책상도 없고, 서류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무릎 위에 손을 포개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암논님.”

“어디요?

왜 그렇게 아는 척을—”

“당신은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지금은… 여기에 앉아계셔야 합니다.”

그는 무언가 반박하려다가,

자신이 이미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소?”

“그건 당신이 생각하셔야 합니다.”

“…무슨 궤변이오.

여긴 도대체 뭐요.

나는— 나는 왕의 맏아들이었소.”

“그렇습니다.

다윗 왕의 맏아들이셨죠.”

“그럼—”

“그럼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요.”

“아무 일도 없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기록하시오?

이건 뭐요, 심문이오?”

“심문이 아닙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그 말을

제가 지금 다시 되새겨드리는 겁니다.”

“…나는…”

그는 말끝을 흐렸다.

“다말을 말하는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건…

사랑이었소.”

그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다.

“그건, 사랑이었다.”

또박또박,

느리게.

그는 초조해졌다.

“그게…

문제요?”

“문제가 있었는지는

당신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

제가 알려드릴 수도 있겠네요.”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말을 멈추는 것이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소.

처음부터.

자라면서… 그녀는 나와 다르게 자랐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한 거요.”

“그렇다면, 암논님.”

그녀는 조용히, 끊어서 말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했나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당신의 방에 들어올 때,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건…”

“그녀가 말을 했던가요?

당신에게?”

“…별말은 없었소.

그냥—”

“그럼 당신은

그녀의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그건 상황이라는 게 있는 것이오.

감정이라는 것도 있고…”

“아, 감정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암논님의 감정 말씀이시죠.”

“…그래서 그게 죄란 말이오?”

“그건 당신이 말씀하셔야 할 내용입니다.”

그는 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사랑한 줄 알았소.”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소.”

“그녀가 떠난 뒤,

당신은 그녀를 찾으셨습니까?”

“…그건…”

“그녀의 상태가 어땠는지

묻거나 들으셨나요?”

“…아니오.”

“왜요?”

“…그녀가 나를…

저주했소.”

“정 확 히 는,

당신이 그녀를 내쫓았죠.

그 순간,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변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싫었소.

그녀가 그 순간

더럽혀진 것 같았소.”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주 작게, 그러나 명확하게.

“그렇다면, 암논님.

그건 여전히 사랑이었을까요?”

침묵이 길게 흘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더 묻지 않았다.

이곳은,

정죄의 방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고 오면,

그 의미는

되돌아와 질문으로 변했다.

“그건… 정말 사랑이었을까요?”

공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도, 그는도

아무런 소리 없이 앉아 있었다.

암논은 몸을 숙이지 않았다.

그저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이 공간엔,”

하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원하는 사람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오지 않을 거요.”

“그건 그녀가 결정할 일이에요.

당신은,

부를 준비가 되었나요?”

암논은 처음으로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나는…

무엇을 말해야 하오.”

“말을 하려 하지 마시고,

그저,

진심을 꺼내보세요.
당신이 단 한 번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을.”

“….”

그는 침을 삼켰다.

잠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

그의 눈이 잠시 감겼다.

그리고 아주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다말.”

“나는…

너의 오빠다.”

“그 말이

그때는

아무 의미 없었던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모든 걸 짓누르는 돌처럼 느껴진다.”

“나는 너를…

범했다.”

“나는 너를 책임지지 않았다.”

“나는 너를,

그날 이후로
다시 한 번도…

제대로 떠올리지도 않았다.”

공간이 아주 서늘해졌다.

그러나 어딘가,

말이 말이 되어 흐르기 시작한 곳만큼은

조금 따뜻해졌다.

“다말.”

그는 이제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손이 팔걸이를 쥐고 있었고,

이제는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게… 사랑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아니, 그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내 것이 되고 싶었던 집착이었고,

벗어나지 못한 충동이었고,

왕자의 이름을 쓴 권력이었고…”

“그 어떤 것도

너를 위한 게 아니었다.”

“내가 그날

사랑을 말하고

몸을 취하고

너를 내쳤던 건…”

“사랑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소유하고

버리는 자의 위치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 번 숨을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로

입을 열었다.

“나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그 책임이…

이 공간이라면,

그것이 나의 몫이라면,”

“나는 그것을 감당하겠다.”

“그러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 순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는데,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고개는 조금 더 낮아졌다.

하나는 조용히 종이를 덮었다.

오늘 기록은 더 남기지 않았다.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벗었고,

드디어 사람의 말로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