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히도벨 책략록 - 도망편』 · 2 / 13

2편 – 말 없는 칼

“소문은 칼보다 빠르다. 말은 피 흘리지 않지만, 권좌를 흔든다.”

(이른 새벽, 바위 뒤 움막. 전날 밤 또다시 피신한 다윗 무리는 아직 잠들어 있다.
아히도벨은 조용히 다윗에게 다가와 앉는다. 그는 먼저 불을 다시 지피지 않고, 어둠 속에서 말을 건넨다.)

아히도벨

주군이시여,

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아직 멀었습니다.

허나 오늘은 피하면서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드리려 합니다.

다윗

아직도 우리가 도망치는 것이 맞습니까?

아히도벨

그렇습니다.

하지만 ‘도망치는 자’와 ‘쫓기는 자’는 다릅니다.

도망은 두려워하는 이의 선택이지만,

쫓기며 설계하는 자는

다른 전장을 엽니다.

다윗 (조용히 웃는다)

설계된 도망… 듣고 싶군요.

아히도벨

그럼, 먼저 질문 드리겠습니다.
주군께선,

칼보다 빠른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다윗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씀입니까?

아히도벨

정확합니다.

칼은 사람을 찌릅니다.

말은 민심을 움직입니다.

칼은 적 하나를 벱니다.

말은 나라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다윗

그래서, 노래가 생긴 겁니까?

아히도벨 (고개를 끄덕인다)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

그 말이 입을 타고 노래가 되고,

노래가 길을 건너고,

아이의 입에서, 여인의 입에서,

노인의 기도 속으로 들어갑니다.

다윗

그 말이… 사울을 흔듭니까?

아히도벨

아니요.

그 말은 사울의 밑바닥을 흔듭니다.

병사들, 신하들, 백성들, 제사장들.

사울의 힘은 위에 있으나,
그 말은 아래를 녹입니다.

나무는 뿌리에서 마릅니다.

다윗

그럼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합니까?

아히도벨

그렇습니다.

왕은 말하지 않습니다.

왕은 말해지는 자입니다.

말이 많아질수록 명분은 흔들립니다.

다윗 (천천히):

…그러면, 지금 퍼지는 이야기들—그건 모두…

아히도벨

의도된 것입니다.

“하나님이 다윗과 함께하신다.”

“다윗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는 검이 아니라, 하나님을 두른 자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검이 없는 칼날입니다.

다윗

사울 진영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아히도벨

그들은 아직 위로 반응합니다.

왕이 흔들리는 것을 감추려 합니다.

그러나, 주군.

사울은 이제 점점 침묵합니다.

말을 내지르는 왕이,
이야기에 둘러싸이면 말이 줄어듭니다.

말이 줄어든 왕은,

의심 받기 시작합니다.

다윗 (조용히):

그러면… 저는 계속,

도망만 다녀야 합니까?

아히도벨

도망치시되,

계속 보이셔야 합니다.

보이되 잡히지 않고,

잡히지 않되, 신화처럼 떠도십시오.

다윗이 있었다.

그는 아둘람에 있었다.

그는 헤브론을 지나쳤다.

그는 굴에서 노래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실제보다 오래 살아남습니다.

다윗

…그게 주군이 되기 위한 길입니까?

아히도벨

주군은 아직 왕이 아닙니다.

그러나 백성의 마음에 이미 한 자리를 얻으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마음을 말로 지탱하는 중입니다.

칼 없이, 피 없이,

말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