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 44 / 46

Chapter 11. 경외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전도서 1:2 / 12:13)

나는 이제야 쓴다.

이 이름으로.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고,

내가 누구였는지를 고백한다.

내 이름은 왕들의 족보에 기록되어 있지만,

내 기억은

기도가 아닌 후회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나의 아버지, 다윗.

그는 여호와를 사랑했다.

그러나 지킬 수는 없었다.

그의 입술은 찬송으로 가득했지만,

그의 손은 피를 묻혔다.

그가 하나님과 가까웠을 때,

그는 사랑받았고,
죄악을 지었을 때,

그는 숨었다.

나의 어머니, 밧세바.

그녀는 경외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지혜를 쌓았고,

명철로 사람을 다루었고,

구조로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았다.

사람을 경계했으며,

사랑보다는 통제를 택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도구가 되었고,

그녀는 그림자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그녀를 피해자로 기억한다.

그리고 나, 솔로몬.

나는 그 두 사람의 유산이었다.

어머니의 명철을 빌려 입고,

왕의 자리에 앉았고,

지혜를 흉내냈다.

그러나—

그 옷을 벗는 순간,

나는 벌거벗은 사내가 되었다.

나는 신들을 모았고,

여인들과 잤고,

노래를 썼다.

아가는 나의 욕망이었고,

왕좌는 나의 거울이었다.

나는 허무를 채우기 위해

욕망을 택했다.

그러던 어느 밤.

나는 아버지의 시편을 펼쳤다.

그 노쇠한 왕이,

어린 시절 하나님께 노래를 바친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나는 그제야

아버지를 ‘남자’로 이해했다.

그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는 경외를 안 사람이었다.

그를 모방한 나는 왕이 되었지만,

그를 이해한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다시 글을 썼다.

전도서.

내 유일한 유산이다.

나는 아들에게 왕좌를 물려주지 않았다.

나는 아들에게

지혜를 물려주지 못했다.

나는—

이 문장 하나를 남겼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혜와 명철의 근본이니라.”

나는 바란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읽고

나의 삶이 지혜의 기록이 아닌,

경외의 고백으로 남기를.

“밧세바는 사라졌고,
다윗은 조용히 묻혔고,
솔로몬은 말한다.”

“나는 늦었고,
나는 망쳤고,
나는 후회했고,
나는 알았다.”

“그래서 나는, 기록했다.”

〔노래 가사 생략 — Coldplay, 「Viva La Vida」〕

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