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는 이야기 · 45 / 46
에필로그 - “... ...”
화면이 꺼졌다. 검은 화면에 얼굴이 비춰보였다.
흑색 스크린, 조용한 방.
침묵이 아주 천천히 퍼졌다.
그는 리모컨을 내려놓지도 않았다.
그저 손을 풀고 있었다.
한참 뒤,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내려놓은 슬리퍼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주행 내내 참았던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다.
물줄기 소리.
거울 속 얼굴.
젖은 손.
허공 속 어딘가를 보는 눈.
그는 거울을 더 오래 본다.
처음 보는 얼굴처럼.
거실로 돌아온다.
소파에 다시 앉는다.
몸이 눌리는 소리가 천천히 번진다.
길고, 무거운 숨.
그는 핸드폰을 집어 든다.
잠금 해제.
검색창.
“성경 앱”
앱스토어.
다운로드.
성경 아이콘.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
작고 단정한 로고.
설치 중.
그는 손에 쥔 채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다시 손가락이 움직인다.
지도 앱.
“교회”
지도 위, 몇 개의 파란 점.
그 중 하나 클릭.
리뷰.
별점.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그가 읽는다. 아무 말 없이.
캘린더.
다음 일요일.
예배 시간: 오전 11시.
그는 한 번, 손가락으로 시간을 터치하고 일정을 등록했다.
그리고 화면을 닫았다.
다시 성경 앱으로 돌아간다.
앱 첫 화면.
구절 선택.
책 목록. 구약
전도서.
1장 2절.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여
그 구절을 펼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는 화면을 내려다본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히,
손가락으로 화면을 덮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났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삶엔 무엇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울림이 있는 문장이 있었다면,
그것만은 당신에게 진실일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