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 37 / 46

Chapter 4. 침묵의 청산

“지혜자의 혀는 지식을 잘 간수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에 가깝도다.” (잠언 10:14)

성전이 완성된 이후,

예루살렘은 겉보기엔 더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은 찬미와 기도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성전 안에선 매일 제사가 올려졌고,

분향은 끊이지 않았고,

제사장들의 외침은 경건했다.

그러나 밧세바는 알고 있었다.

그 향기 속에서

금의 무게가 빠르게 줄고 있었음을.

한 해의 결산을 보고받던 밤,

밧세바는 잠시 장부를 멈췄다.

“이 중에서 사라진 금은

어디로 갔는가.”

궁녀는 침묵했고,

서기는 망설였다.

밧세바는 손가락으로 장부 위 한 줄을 짚었다.

그 줄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이 공백을 보는 사람이다.”

수일 뒤,

제사장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의 이름은 궁내부 기록에서 삭제되었고,

그가 맡던 제물 분배 업무는

새로운 이름 아래로 넘어갔다.

그는 부패한 게 아니었다.

들킨 것이 문제였다.

밧세바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서재 안에는

별도의 장부가 있었고,

그 장부는 세상의 어떤 사관보다

더 정확하고 냉정했다.

거기엔

나단의 이름도 있었다.

그날,

그녀는 나단을 따로 불렀다.

“오랜만입니다, 선지자.”

“왕의 어머니시여…”

“아직도 나를 그렇게 부르십니까?”

나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밧세바는 책상에서 얇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는 비어 있었고,

안에는 한 줄씩, 작은 필체로

공물 장부가 적혀 있었다.

그 중 몇 줄이 붉은 먹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 줄은 모두

나단이 직접 추천한 제사장들과 연결된 항목이었다.

“나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밧세바는 차분히 말했다.

“놀라운 건—

이것이 언제부터인지

선지자 자신은 잊었다는 사실입니다.”

나단은 숨을 고르며 입을 다물었다.

“이제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책장을 덮었다.

“이 장부가 공개되면,

당신은

당신 스스로 부패하지 않았더라도

‘묵인한 자’로 기록됩니다.”

“혹은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난다면—

당신은

솔로몬 시대의 가장 정직한 기록자로 남을 것입니다.”

“왜…

왜 이 정도의 일로—”

나단이 낮게 내뱉었다.

“이 정도?”

밧세바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이 성전은 돌 위에 세워졌지만,

그 돌을 끌고 온 사람들의 땀 위에 올라섰습니다.

누군가는 그 땀을 훔쳐서

하나님께 바친다고 말했죠.”

“당신은…

그걸 다 기록했단 말입니까.”

“아니요.

나는 사람들을 기록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틈을 본 겁니다.

그 틈을 넘겨주는 건—

지혜의 역할입니다.”

나단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밧세바가 아히도벨의 제자라는 것을.

그녀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사라지겠지요.”

“아닙니다.”

밧세바가 덧붙였다.

“당신은 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권력’과는 거리를 두십시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마지막 지혜일 것입니다.”

그날 이후,

나단은 더 이상 궁 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성전 인근 소규모 회당에 머물며

구술로 남은 예언들을 정리했고,

궁에서 보내는 서신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조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분노하고 있었다.

그 분노는… 침묵하지 않았다.

“지혜는 사람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저 기록했고, 보여주었다.”

“밧세바는 선지자에게 선택지를 주었고,
선지자는 침묵을 선택했지만,
그 침묵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

“지혜가 완벽하다는 사실이
때로는 가장 큰 모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