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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Chapter 4. 침묵의 청산"
work: "밧세바(원판)"
part: "밧세바 3 - 솔로몬 : 아가와 전도서의 시대"
chapter: 37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2025/37/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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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침묵의 청산

“지혜자의 혀는 지식을 잘 간수하거니와,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에 가깝도다.” (잠언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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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이 완성된 이후,

예루살렘은 겉보기엔 더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은 찬미와 기도로 가득 찬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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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안에선 매일 제사가 올려졌고,

분향은 끊이지 않았고,

제사장들의 외침은 경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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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밧세바는 알고 있었다.

그 향기 속에서

**금의 무게가 빠르게 줄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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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결산을 보고받던 밤,

밧세바는 잠시 장부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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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 사라진 금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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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는 침묵했고,

서기는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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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는 손가락으로 장부 위 한 줄을 짚었다.

그 줄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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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공백을 보는 사람이다.”

수일 뒤,

제사장 하나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의 이름은 궁내부 기록에서 삭제되었고,

그가 맡던 제물 분배 업무는

새로운 이름 아래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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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패한 게 아니었다.

**들킨 것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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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세바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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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은 서재 안에는

별도의 장부가 있었고,

그 장부는 세상의 어떤 사관보다

더 정확하고 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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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엔

**나단의 이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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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녀는 나단을 따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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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선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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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어머니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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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그렇게 부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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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밧세바는 책상에서 얇은 책 한 권을 꺼냈다.

표지는 비어 있었고,

안에는 한 줄씩, 작은 필체로

공물 장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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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몇 줄이 붉은 먹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 줄은 모두

**나단이 직접 추천한 제사장들과 연결된 항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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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습니다.”

밧세바는 차분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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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이것이 언제부터인지

선지자 자신은 잊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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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은 숨을 고르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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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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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부가 공개되면,

당신은

당신 스스로 부패하지 않았더라도

‘묵인한 자’로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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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난다면—

당신은

솔로몬 시대의 가장 정직한 기록자로 남을 것입니다.”

“왜…

왜 이 정도의 일로—”

나단이 낮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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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밧세바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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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전은 돌 위에 세워졌지만,

그 돌을 끌고 온 사람들의 땀 위에 올라섰습니다.

누군가는 그 땀을 훔쳐서

하나님께 바친다고 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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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걸 다 기록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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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나는 사람들을 기록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틈을 본 겁니다**.

그 틈을 넘겨주는 건—

지혜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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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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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있었다.

밧세바가 아히도벨의 제자라는 것을.

그녀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꿰뚫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사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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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밧세바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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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권력’과는 거리를 두십시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마지막 지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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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단은 더 이상 궁 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성전 인근 소규모 회당에 머물며

구술로 남은 예언들을 정리했고,

궁에서 보내는 서신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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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마음은 조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분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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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노는… 침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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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사람을 설득하지 않았다. \
그저 기록했고, 보여주었다.”

“밧세바는 선지자에게 선택지를 주었고, \
선지자는 침묵을 선택했지만, \
그 침묵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

“지혜가 완벽하다는 사실이 \
때로는 가장 큰 모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