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2 : 밧세바 - 잠언의 시대 · 26 / 46
Chapter 10. 압살롬
“다윗 왕의 아들 압살롬에게 아름다운 누이 다말이 있으므로 암논이 그를 사랑하나… 암논이 그를 사랑하는 줄을 알았더라… 암논이 그를 욕되게 하고 이후 그를 심히 미워하니…” (사무엘하 13장 中)
다말은 입을 닫았다.
아버지는 분노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형제 압살롬은 이년 동안 말없이 기다렸다.
그해 가을,
암논은 형제의 초대를 받고 연회에 참석했고
돌아오지 못했다.
압살롬이 칼을 들었다.
아버지는 다시 침묵했다.
딸을 지키지 못했고,
아들을 죽이지도 않았다.
그 침묵의 무게는 어린 솔로몬의 가슴에 날카롭게 내려앉았다.
그는 형들의 얼굴을 몰랐고,
누이의 고통도 직접 듣지 못했다.
그러나 살육의 공기만은 감지할 수 있었다.
궁전이 뿜어내는 피 냄새는 어린 왕자의 피부에도 박혔다.
“압살롬은 그술로 도망하여 거기서 삼 년을 지내었더라…
다윗 왕의 마음이 압살롬을 위하여 간절하니…”
(사무엘하 13:38–39)
세월이 지나,
압살롬은 돌아왔고
민심은 다시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예루살렘의 대문 앞에서 그는 사람들의 청을 받아주었고,
그의 말은 사무엘 같았으며
그의 머리카락은 백성의 영광 같았다.
그 무렵, 아히도벨은 움직였다.
그는 선택했다.
한때 사울대신 선택했던 다윗을 대신해서,
이제는 민심과 젊음, 피의 논리를 갖춘 압살롬을 선택했다.
그는 책략가였다.
그에게 중요한 건 왕이 아니라 권력의 흐름이었다.
그 흐름이 멈추는 곳에, 지도자는 존재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왕이 되었다.
헤브론에서, 스스로를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둘로 나뉘었고,
다윗은 도망쳤다.
이번의 도망은 젊을 때의 도망과 달랐다.
젊은 시절의 도망은 준비의 시간이었다.
지금의 도망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아히도벨은 엘리암과 함께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오래지 않아 알아차렸다.
압살롬은 결정적인 칼날을 쥐지 못한 자였다.
“지금 다윗을 쳐라. 지금 이 순간에 제거하지 않으면,
반격이 시작된다.”
그러나 압살롬은 망설였다.
대신의 말보다, 후새 제사장의 조언을 따랐다.
아히도벨은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전쟁은 졌다.
아히도벨은 알고 있었다. 후새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건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망다닐 때, 아히도벨 그가 직접 다윗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완전히 총기를 잃은 것은 아니구나… 아히도벨은 생각했다.
그는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창문을 닫고, 마당을 정리했다.
그는 자신이 패배한 전략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전략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필살의 수였다. 행해지지 않으면 내가 죽는…
그리고 또 하나를 깨달았다.
이 실패가 손녀와 증손자에게 미칠 파장.
그들은 반역자의 피가 되었고,
압살롬이 지면 그 피는 숙청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그 피의 진원지는 바로 ‘자기 자신’ 이었다.
그는 죽어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손녀와 그 아이가 살아남을 명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문서를 남긴다. 손녀에게 전해지도록 아들에게 맡긴다.
작전 배치도,
제사장 설득 논리,
군사 권력 포섭 구조,
그리고 끝에, 단 한 줄.
“전략을 세웠으면 반드시 실행하라.
망설이지 마라.
후한을 남기지 마라.”
그는 유서를 쓰지 않았다.
그 문서가 곧 유언이었다.
“아히도벨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
집을 정리하고 스스로 목매어 죽으니
그의 조상의 묘에 장사되니라.”
(사무엘하 17:23)
며칠 후,
엘리암이 조용히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그는 마차에 실린 아버지의 시신 곁에 말을 타고 섰고,
조용히 밧세바를 불렀다.
“망설이지 마라.
아버지는 실행하지 못한 대가를 보았다.
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 아이를 왕으로 만들어라.
이제는 오직 그것만이 네 아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날 밤,
밧세바는 자결한 조부의 문서를 펼쳤다.
붓으로 그은 검은 선들.
병력 배치, 제사장들에 대한 정보, 그들의 장점과 약점, 비밀. 그리고 비밀과 이득을 섞은 설득 전략,
군대 장악 구조,
그리고 가장 마지막 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왕이 늙으면,
새로운 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