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2 : 밧세바 - 잠언의 시대 · 25 / 46
Chapter 9. 지혜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시매, 그 지혜가 동방의 모든 사람보다 뛰어났더라.” (열왕기상 4:30)
솔로몬이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밧세바는 아들을 데리고 처음으로 아히도벨의 서재로 들어갔다.
책이 높이 꽂혀 있는 방,
벽마다 손때 묻은 지도와 족보가 걸려 있었고,
작은 청동 촛대 위에서 촛불이 흔들렸다.
아히도벨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노쇠했지만, 눈빛은 아직 차갑고 명료했다.
“이 아이가 내가 가르칠 마지막 아이가 되겠군.”
밧세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들을 앞으로 밀었다.
솔로몬은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앉았다.
그때부터
지혜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처음의 수업은 질문이었다.
“삶은 콩을 심으면 뭐가 자라느냐?”
“자라지 않습니다.”
“왜?”
“그 안에 생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떤 말을 심어야 자라겠느냐?”
“…말이 아니라, 뜻을 심어야 합니다.”
아히도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은 다른 질문이었다.
“네가 삶은 계란 하나를 빌려갔고, 그 대가로 병아리를 돌려받을 것을 요청받았다.
그것이 옳은가?”
“아닙니다.”
“왜지?”
“나는 삶은 계란을 빌렸고,
삶은 것은 살아날 수 없습니다.”
아히도벨은 한참을 쳐다보다,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이례적이었다.
“이 아이는 내가 가르친 자들 중 가장 빠르다.”
밧세바는 아들에게 글쓰기를 시켰다.
처음은 관찰이었고,
그 다음은 말의 무게를 익히는 일이었다.
“말은 가벼워야 하되,
뜻은 무거워야 한다.”
그녀는 옛날 자신의 노트를 펴 보여주었고,
거기에 적힌 문장을 아들에게 따라 쓰게 했다.
‘음녀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나,
그 끝은 쓸개처럼 쓰고 양날의 칼같이 날카롭다.’
“이건, 어머니가 아버지를 통해 배운 것이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다.”
솔로몬은 놀지 않았다.
놀아도 혼자 놀았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귀는 그들 말에 집중했고,
눈은 움직임을 읽었다.
그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웠고,
감정의 흐름으로 사람을 읽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밤,
그는 노트에 문장을 적었다.
하루에 한 줄씩.
말과 말 사이의 간격을 좁히며,
글자의 높이를 가늠하며,
잠언이 쌓이기 시작했다.
“지혜가 무엇이냐?”
나단이 물었다.
솔로몬은 대답했다.
“지혜는,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
그 뜻을 대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단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대답을
성전의 외벽에 새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하거라.
지혜는 선지자의 말보다 오래 남는다.”
궁 안에서는 아직
그 아이를 후계자라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윗은 점점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궁녀들은 아침마다 솔로몬의 안부를 물었고,
신하들은 어느 날부터인가 그를 ‘왕자’라고 불렀다.
솔로몬은 알았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가 ‘선택된 자’라는 것을.
“그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빚어진 존재였다.
콩을 심으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안 그 아이는,
말을 심기 시작했다.”
“밧세바는 유혹자가 아닌 어머니가 되었고,
아히도벨은 왕을 만든 책사로 남았고,
나단은 기록자였다.”
“그리고 솔로몬은,
지혜의 이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