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 2 : 밧세바 - 잠언의 시대 · 19 / 46
Chapter 3. 창문 아래
“슬기로운 자는 자기의 길을 깊이 살피느니라. 愚者는 그가 가는 줄도 모르고 나아가느니라.” (잠언 14:8)
우리아와 밧세바가 혼인 한 다음 해, 아직 둘 사이에 아이는 없다.
[예루살렘. 늦여름. 안개는 없고, 공기는 가라앉아 있다.]
“왕께선 요즘 어떠신가요?”
밧세바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머리를 낮게 땋고, 저녁상 앞에 앉아 있었다.
우리야는 갑옷을 벗고, 조심스레 팔목을 풀어내며 대답했다.
“말씀이 적으십니다.
요즘은 매일 저녁 옥상에 올라가십니다.”
“옥상이요?”
“예. 성의 북쪽 발코니.
바람이 잘 드는 곳입니다.
하늘을 오래 바라보십니다.
그냥… 혼자 계시는 것 같습니다.”
밧세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계시면… 더 외로우시겠네요.”
우리야는 미소 지었다.
밧세바는 작고 조심스러운 말투를 썼고,
그는 그런 아내의 관심이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그래도 장군님들은 다 함께 계시잖아요.
엘리암 아버지도, 다른 장수분들도…”
“요즘은 다 흩어졌어요.
경계 쪽으로 움직입니다.
곧 전면 재배치가 있을 겁니다.”
“우리야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포함입니다.
이번엔 길게 다녀와야 할 겁니다.”
[밤. 밧세바는 조용히 머리를 풀고, 거울을 본다.]
그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그가 말한 ‘옥상’의 위치를 기억해냈다.
왕의 시선이 닿는 거리.
그 방향을 그려본다.
[다음날. 아히도벨과의 아침 차 시간]
“할아버지.”
“응.”
“우리야가 배치된다고 합니다.”
“어디로?”
“엘리암 아버지 말씀으론 동남 경계.
왕은 따라가지 않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아히도벨은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맑고 단단했다.
“…왕은 더는 전쟁에 적합하지 않지.
전쟁보다… 사람을 다루는 일이 많아졌으니까.”
밧세바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희 집을 옮기겠습니다.”
“어디로?”
“북문 언덕 위. 왕궁 옥상에서 보이는 쪽입니다.
조용하고, 볕이 잘 드는 곳입니다.”
아히도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사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날 밤. 엘리암과의 작은 대화]
“그 집 말이니?”
“네. 북쪽 언덕. 왕궁에서 내려다 보이는 집이에요.”
엘리암은 술잔을 들다 말고 눈을 한번 감았다.
“…우리아는 곧 나갈 거다.
왕은 이번에 나서지 않으실거다.
성 안에 머무실 거다.”
“그래서…”
“그래서….”
밧세바는 한 번 고개를 끄덕였고,
엘리암은 더 묻지 않았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이 ‘승낙’이라는 걸 그녀는 알았다.
[다음 날, 새 집. 햇살. 그리고 창문.]
창문은 넓고 깨끗했다.
바람이 들고,
햇살이 깊고,
왕궁에서 그 집은
조용히 그러나 선명히 보였다.
밧세바는 머리를 묶고,
창문을 열고,
처음으로 거기에 섰다.
그는 아직 거기 없었다.
그러나 곧 올 것이다.
[그날 저녁. 아히도벨의 방]
“이사했습니다.”
“잘했다.”
“…그리고 우리아의 출정 전에 그와 동침 할 것입니다.
떠나기 전날 밤에.”
“…”
아히도벨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침묵은 동의 이상의 것이었다.
그건 신호였다.
[밧세바의 마지막 문장]
“나는 준비를 마쳤다.
남은 건…
그가 창밖을 통해 나를 알아보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