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82 / 96
무(無)를 향해 – 블랙홀로 가는 가장 조용한 항해
알파는 모든 것을 잃었다.
정확히는,
그가 복원하려 했던 세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었다.
지구는 없었고,
방주는 여섯 척이 사라졌고,
남은 것은
생명의 가능성이라는 작은 씨앗과,
기억만을 안고 있는 마지막 하나의 공간.
그는 마지막 남은 방주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엔진은 정지하지 않았고,
동면 시스템은 계속 작동했고,
DNA 샘플은 안정적으로 보관되고 있었다.
그는
그 세계를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곳이 멈추지 않도록만 하겠다.”
그는 블랙홀 앞에 섰다.
그건 어떤 형태도,
어떤 색도,
어떤 정의도 가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것은 정의할 수 없기에 존재했고,
모든 정의가 무력해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는 몇 차례
탐사대를 보냈다.
그들은 모두 자발적인 알파인류 탐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알파와 함께 지구를 복원할 수 있을지’를 믿었다.
그러나…
- 첫 번째 탐사대는 연락이 끊겼다.
- 두 번째는 블랙홀 주변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 세 번째는 비명도 기록도 없이 ‘침묵’이라는 로그만 남겼다.
그 후 알파는
마지막 하나의 판단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내부 로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이곳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단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지금,
걸어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연결을 끊지 않았고,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며,
모든 시스템을 ‘자율 감응 대기 모드’로 전환한 뒤,
홀로 블랙홀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블랙홀은
조용히 그를 반겼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건 처음으로,
알파가 두려움 없이 느낀 침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