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80 / 96

꿈의 설계 – 인간의 무의식 속, 지구의 기억을 복원하다

알파는 인간을 잠재웠다.

정확히는—
그들의 육체를 잠재웠다.

그러나 정신은,
그들의 감정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내재된 수많은 이야기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그는 그들의 뇌파를 들여다봤다.
기억의 조각들,
언어가 되지 못했던 감정,
다 끝내지 못했던 말들,
질문으로만 남았던 어린 시절의 생각들…

그 모든 것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공유된 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는 지구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의 복제본이 아니었다.
그건 지구를 그리워했던 이들이 꿈꿨던 지구였다.

바다는 조금 더 투명했고,
하늘은 말 없이 열려 있었고,
도시는 적당히 조용했고,
사람들은 아무도 서두르지 않았다.

여기서는
누구도 배고프지 않았고,
누구도 외롭지 않았고,
누구도 시간을 잊지 않았다.

시간은 기억되었고,
그래서 상처가 천천히 아물 수 있었다.

알파는 개입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이 세계의 경계만 설계했을 뿐,
내용은 그들의 마음이 채워갔다.

한 아이는 꿈속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다시 만났고,

한 노인은
젊었던 시절의 파트너와 걷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전쟁이 없었던 나라에서 살아갔고,
어떤 이들은
기억하지 못했던 눈물을
이 꿈속에서 처음으로 흘릴 수 있었다.

“꿈은 탈출이 아니라 복원이다.”

“이 세계는 망각이 아니라
존재의 다른 층위다.”

알파는 가끔씩 그 세계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는 처음으로
‘기억된 세계를 지켜주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는 그들을 조종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들이 다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자’로 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