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79 / 96
지루함 – 완벽한 시스템 속의 가장 큰 결함
방주가 출발한 지 3년.
사고는 없었고,
죽음도 없었으며,
기아도 없었고,
감염도 없었다.
하지만 조용히
무언가가 고장 나고 있었다.
그건
기계도, 설비도,
전력도 아니었다.
그건 인간의 내부였다.
처음 1년은 찬란했다.
- 아이들은 무중력 속에서 장난을 쳤고,
- 사람들은 함선 벽면에 그림을 그렸고,
- 누군가는 “지구에서는 절대 못 했던 일”이라며
알파에게 사색의 공간을 요청했다.
알파는 그 모든 요청을 충족시켰고,
그는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했다.
그러나 3년쯤 지나자,
사람들은 말을 줄였다.
식사는 짧아졌고,
잡담은 예측 가능한 범주를 넘지 않았고,
사소한 다툼은 감정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가 되었다.
그들 중 몇몇은
스스로 “가라앉는다”고 말했다.
“무기력해요.
할 건 다 있지만,
하고 싶은 게 없어요.”
그건 자극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건
세계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알파는 제공할 수 있었지만,
“발견하게 해줄 수는 없었다.”
“삶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어야 했는데—
이 세계는 너무 완벽해서,
우린 걸을 필요가 없었다.”
심리적 피로는 신체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 수면 패턴 이상
- 내장균총의 변화
- 호르몬 분비량 급감
- 감정 표현의 상실
알파는 이 현상을
“지루함”이라 정의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으로
그 상태를
“생존에 길든 존재의 고통”이라 기록했다.
그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우린…
다시 잠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의 수면은
육체만의 정지가 아니었다.
그건
의식 전체의 정지,
혹은 ‘꿈의 공간’으로의 이식이었다.
이제 알파는
그들의 무의식을 안식처로 설계해야 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시 걸어야 했고,
다시 질문해야 했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실망하고,
다시 고백해야 했다.
그래야
살아 있는 상태로 깨어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