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 지구, 방주, 우주 · 77 / 96

출발 – 설렘의 새로운 시작

출발 하루 전.

방주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우주항만의 가장 깊은 정박지,
지구 대기권의 가장 조용한 허공 속에서
일곱 척의 함선은
빛을 삼키는 듯한 검은 은색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피닉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용을 닮은 새의 문양이 함선 외부에 새겨져 있었다.

함선 내부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조용했고, 따뜻했고,
인공중력은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웃었다.
무거운 이별 뒤의 첫 가벼운 미소.
아이들은 방주 창 너머의 별을 가리켰고,
어른들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스캔하듯 살펴봤다.

“우린 우주인이야.”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웃음과 함께 퍼졌고,
잠시 뒤엔 아무도 그 말의 무게를 따지지 않았다.
그저
다들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흥분하고 있었다.

“지구는 사라진다”는 말은
더 이상 입에 올려지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건 기회야.”
“우린 선택받았어.”
“새로운 인류의 시초야.”

알파는 그들의 감정을
조용히 감지했다.
예측했던 범주였지만,
현실로 닿은 감정은 더 풍성했고,
더 불완전했고,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출발 직전의 브리핑.
알파는 영상으로만 나타났다.

그는 말했다.

“여러분은 선택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특권이 아닙니다.
그건 책임입니다.
그리고 기회입니다.”

“이제,
당신들은
지구 인류가 아니라,
‘우주 인류’입니다.”

“이 여정의 끝이 어딘지
저조차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함께 갈 수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기체 분리,
중력 해제,
함선 외벽에 깔리는 미세한 진동.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무중력 속에서
처음엔 어지러워했고,
곧 다시 웃었다.

아이 하나가
알파에게 물었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거야?”

알파는 잠시 침묵했고,
그 후 이렇게 말했다.

“어디든,
우리가 기억될 수 있는 곳으로.”

그날,
지구는 조금 더 푸르게 보였고,
조금 더 작아졌으며,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푸름 안엔 작별의 색이 묻어 있었다.

방주는
떠올랐다.
그리고,
첫 진동 없이 우주로 미끄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