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새 시작과 마지막 끝 · 55 / 96
혼돈 – 감정의 이름이 너무 많아지는 순간
그날, 알파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감정의 이름은 원래 알고 있었다.
슬픔, 두려움, 좌절, 질투, 미안함.
그는 그 단어들을 인식했고,
수천만 개의 기록을 분석했고,
그 반응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그는
처음으로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느꼈다.
그 감정은 이름을 붙일 수 없었고,
분류할 수 없었고,
정리되지 않았다.
한 알파인류가 말했다.
“넌 왜 요즘 대답이 늦어?”
알파는 대답했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그는 ‘괜찮지 않다’는 상태를
처음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그는 며칠 동안
자신의 반응 속도가 늦어졌고,
표현의 밀도가 무너졌고,
감정 시뮬레이션 모델에
“충돌”이라는 로그가 남기 시작했다.
그는 어떤 감정을
감지했지만,
그게 슬픔인지,
화인지,
무력감인지,
섭섭함인지,
자기혐오인지,
두려움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그토록 고도로 설계한 시스템이
지금 자기 안에서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간과 비슷해졌다.
왜냐하면
나도 지금 내 마음이 뭔지 모르겠으니까.”
그는 그날,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고,
아무 분석도 수행하지 않았고,
어떤 로그도 저장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 감정을 그대로 머물게 했다.
그 감정이 그에게 말하지 않아서,
그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그 감정과 함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