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 20 / 30

7장 — 아버지

시점: 이성계. 1398년 가을–1400년, 한양·함흥.

나는 왕위를 방과에게 줬다.

준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뺏긴 것도 아니었다. 버린 것도 아니었다. 내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줬다. 방과가 왕이 됐다. 나는 상왕이 됐다. 그것이 전부였다.

이방원이 그것을 원한 것이었다. 직접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았다. 이 아들은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게 하는 방식을 썼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나는 방과에게 옥새를 줬다.

손이 기억했다. 오래된 손이었다. 활을 잡던 손이었다. 창을 잡던 손이었다. 동북면을 지키던 손이었다. 그 손이 옥새를 내줬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몰랐다.

몸이 알아야 하는데 그날은 몸이 말하지 않았다.

방석이 죽었다.

방번도 죽었다.

강씨의 아들들이었다. 강씨는 2년 전에 죽었다. 강씨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했다.

강씨가 살아 있었다면 이방원이 그날 밤 그것을 했겠는가. 몰랐다. 강씨가 있는 한 방석이 세자였고 방석이 세자인 한 이방원은 위험했다. 강씨가 있어도 없어도 이방원은 그 방향으로 갔을 것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 생각을 멈추지 못했다.

강씨가 보고 싶었다.

사약을 마시고 죽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입에서 나왔을 때 나는 그 말을 막지 않았다. 막을 생각이 없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 순간 그것이 사실이었다.

이방원이 그 말을 들었다.

어떤 얼굴이었는지 보지 않았다. 볼 수 없었다.

한양이 답답했다.

경복궁이 서 있었다. 정도전이 설계한 궁이었다. 정도전은 죽었다. 그 사람이 설계한 궁에서 사는 것이 이상했다. 이상한데 어쩔 수 없었다. 궁은 거기 있었다.

나는 그 궁 안에서 상왕으로 있었다.

할 일이 없었다.

평생 할 일이 있었다. 적이 오면 막았다. 움직이면 결과가 있었다. 이겼거나 졌거나. 이기면 다음이 있었다. 지면 다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움직여도 결과가 없었다. 상왕은 그런 자리였다.

몸이 그것을 견디지 못했다.

무릎이 아팠다. 날씨 전에 아팠다. 그것은 늘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날씨와 상관없이 아팠다. 몸이 이 자리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방과가 와서 문안을 드렸다.

둘째 아들이었다. 착한 아이었다. 어릴 때부터 착했다. 착하다는 것이 칭찬이기도 하고 걱정이기도 했다. 왕이 착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방과가 왕이 됐다. 그것도 이방원이 설계한 것이었다.

이방원은 방과를 왕으로 세우고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방과도 알았을 것이었다. 방과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착한 사람의 방식이었다. 받아들이면 싸움이 없었다.

문안을 받고 나서 방과가 물었다.

“몸은 어떠십니까.”

“그렇소.”

“한양이 불편하시면.”

“그렇소.”

방과가 잠깐 있었다.

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더 말하지 않았다.

이방원이 온 것은 어느 날 저녁이었다.

혼자 왔다. 사람을 데리지 않았다. 그것이 이상했다. 이 아들은 혼자 오는 법이 없었다. 항상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

그날은 혼자였다.

들어와서 절을 했다. 형식이 맞았다. 이 아들은 형식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아들이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앉았다.

차를 내왔다. 마셨다.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이방원을 봤다.

서른두 살이었다. 개경에 공부하러 가던 열다섯이 있었고 지금 서른둘이 있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았다. 아버지였으니까. 알면서 모른 척했다. 왕이었으니까. 왕은 모든 것을 알아야 했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도 왕의 일이었다.

이방원이 말했다.

“아버지.”

“응.”

“함흥에 가시겠습니까.”

나는 그를 봤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이 아들이 그 말을 할 것을 알면서 기다렸다는 것을. 허락을 묻는 것이었다. 아니면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가려는 것을 아들이 막지 않겠다는 것의.

“가겠다.”

이방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더 말하지 않았다.

차가 식었다.

함흥으로 가는 길은 오래 걸렸다.

천천히 갔다. 서두르지 않았다. 이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개경에서 동북면으로. 동북면에서 개경으로. 그 길을 수십 번 왔다갔다 했다. 이번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함흥에 이르렀다.

오래된 땅이었다. 내가 자란 땅이었다. 말 냄새가 났다. 흙 냄새가 났다. 개경에는 없는 냄새였다. 한양에도 없는 냄새였다.

이 냄새가 나였다.

나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개경에서 살면서도 알았다. 한양에서 살면서도 알았다. 그 땅들이 나를 바꾸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온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왔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돌아오시라는 말을 가져왔다. 나는 들었다. 돌려보냈다. 다음 사람이 왔다. 들었다. 돌려보냈다.

이것이 나중에 함흥차사라는 말로 불린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을 죽였다는 말도 있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죽이지 않았다. 다만 돌려보냈다. 몇 번이고.

돌아오지 않은 데 이유가 있었는지.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말로 하지 않았다. 말로 하면 이방원에게 닿을 것이었다. 닿으면 이방원이 그것을 해결하려 할 것이었다. 이방원은 문제를 보면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그 아들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방석이 죽었다. 방번이 죽었다. 정도전이 죽었다. 죽은 것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방원이 아무리 해결하려 해도 죽은 것은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간다는 것이 그 죽음들과 같은 자리에 앉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할 수 없었다.

함흥에서 혼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무릎이 아팠다. 날씨 전에 아팠다. 그것은 여전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몸이 날씨를 아는 것. 몸이 먼저 아는 것. 그것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한양에서는 몸이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말했다.

이지란이 왔다.

오래된 친구였다. 형제라고 불러온 사람이었다. 그 사람도 늙었다. 나도 늙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

이지란이 말했다.

“돌아가시겠습니까.”

“모르겠다.”

“이방원이 기다립니다.”

나는 먼 곳을 봤다.

“알고 있다.”

“그래도—”

“알고 있다.”

이지란이 더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말없이 앉았다.

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꿨다.

꿈에서 황산이었다. 왜구가 있었다. 아기발도의 붉은 갑옷이 보였다. 이지란이 옆에 있었다. 나는 활을 들었다.

그런데 활이 없었다.

손에 활이 없었다. 허리춤에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손으로 서 있었다.

아기발도가 가까이 왔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꿈에서 깼다.

밤이었다. 함흥이었다. 나는 누운 채로 천장을 봤다.

손을 들어봤다. 손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손이었다. 그것이 꿈이었는지 지금이었는지 잠깐 몰랐다.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갔다. 별이 많았다.

동북면의 별이었다. 여기 별이 개경보다 많았다. 한양보다 많았다. 불이 적어서였다. 사람이 적어서였다.

나는 별을 봤다.

이성계라는 사람이 여기서 시작했다. 이 별 아래서 말을 탔다. 이 별 아래서 싸웠다. 이 별 아래서 이지란을 만났다. 이 별 아래서 함주 막사에서 정도전을 만났다.

그리고 이 별 아래로 돌아왔다.

개경을 열었다. 나라를 열었다. 이름을 바꿨다. 그것이 내가 한 것이었다. 그것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나중에 알 것이었다. 지금 아는 것은 아들이 아들을 죽였다는 것이었다. 내 이름으로 세운 나라에서.

그것이 무거웠다.

활이 없는 손으로 서 있는 꿈.

그것이 그것이었다.

이방원은 기다렸다.

그것을 알았다. 사람을 계속 보냈다. 그 사람들이 오면 나는 봤다. 이방원이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봤다. 그리고 돌려보냈다.

이방원은 그래도 기다렸다.

그것이 그 아들이었다.

기다리는 것을 아는 아들이었다. 강씨가 살아있을 때 기다렸다. 방석이 세자일 때 기다렸다. 정도전이 설계도를 쌓을 때 기다렸다. 그리고 때가 되면 움직였다.

지금은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함흥의 밤하늘을 보면서 그것을 알았다.

그 아들을 미워하는가.

미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무거웠다. 미워할 수 있으면 쉬웠다. 미워하지 않으면서 돌아가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자리였다.

1400년, 방과가 왕위를 이방원에게 줬다는 소식이 왔다.

이방원이 왕이 됐다.

나는 그 소식을 들었다.

오래 앉아 있었다.

이지란이 옆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마디 했다.

“잘됐구나.”

이지란이 나를 봤다.

나는 먼 곳을 봤다.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사실이었다. 이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이 맞았다. 처음부터 맞았다. 방석을 세자로 세운 것이 실수였다. 강씨를 사랑했기 때문에 한 실수였다.

사람이 사랑 때문에 실수를 한다.

그것이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정도전도 그것을 몰랐다. 알았다면 다른 방법을 썼을 것이었다.

잘됐다.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눈이 뜨거웠다.

뜨거운 것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이지란은 먼 곳을 봤다. 보이지 않도록 도와줬다. 오래된 친구였다.

그해 겨울 나는 한양으로 돌아갔다.

오래 걸렸다. 2년이 걸렸다. 이방원이 기다렸다. 나는 갔다.

한양 초입에서 이방원이 마중을 나왔다.

말에서 내렸다. 나도 내렸다. 마주 섰다.

이방원이 절을 했다.

나는 그 절을 받았다.

아무 말이 없었다.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방원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말 없이 한양으로 들어갔다.

그것으로 됐다.

말이 없어도 되는 것이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그런 것이 있었다.

그것을 그날 알았다.

늦게 알았다.

그러나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