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 솔로몬 · 116 / 117
110장 — 서기관 4
예루살렘. 그로부터 여러 대 뒤.
기록의 재구성 · 사무엘하 11–12장 · 역대상 3장 5절, 20장 1–3절 · 열왕기상 4장 32절 · 아가 1장 1절
방은 그대로다.
북쪽이라 낮에도 등불을 켠다.
궤짝이 스물이 넘는다.
몇인지 세어본 적이 없다.
앞에 있던 자들이 세어놓은 것이 있는데 안 맞는다.
나는 그것을 안 고쳤다.
고치려면 다 열어봐야 한다.
다 열어본 자가 없다.
나는 다시 적는 일을 맡았다.
다시 적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오래된 가죽은 상한다.
눅눅하면 곰팡이가 슬고 마르면 갈라진다.
쥐가 갉는다.
그래서 옮겨 적는다.
옮겨 적으면 새 가죽에 남는다.
옮겨 적을 때 그대로 적는가.
대개 그렇다.
대개다.
나는 그것을 삼 년 했다.
앞의 왕들 기록을 옮긴다.
두 나라가 갈린 뒤로 왕이 여럿이었다.
북쪽 것도 있고 남쪽 것도 있다.
나는 남쪽 것을 맡았다.
옮기다 보니 앞으로 갔다.
갈리기 전 것이다.
다윗과 솔로몬이다.
그것도 옮겨야 한다.
오래됐다.
몇백 년 됐다.
가죽이 상해서 안 읽히는 데가 있다.
나는 그것을 하나씩 봤다.
다윗 것부터 봤다.
길다.
정말 길다.
연대기가 여럿이고 나머지가 더 많다.
옮기다가 나는 하나를 봤다.
재위 스무째 해 근처다.
랍바를 친 이야기가 있다.
암몬 성읍이다.
요압이 에워쌌고 왕이 나중에 가서 취했다.
왕관을 벗겨 왔다고 적혀 있다.
금 한 달란트에 보석이 박혀 있었다고 적혀 있다.
나는 그것을 옮겼다.
그런데 그 앞에 다른 것이 있었다.
같은 해다.
다른 두루마리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읽었다.
읽고 나서 한참 앉아 있었다.
옥상 이야기다.
여자가 목욕하는 것을 보셨다고 적혀 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셨다고 적혀 있다.
데려오셨다고 적혀 있다.
아이가 섰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남편을 부르셨다고 적혀 있다.
집에 안 갔다고 적혀 있다.
편지를 써서 그 손에 들려 보내셨다고 적혀 있다.
성벽 아래에서 죽었다고 적혀 있다.
나는 그것을 다 읽었다.
읽고 나서 등불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세 번 읽었다.
세 번 다 같았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궁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서기관 집안이다.
아버지도 서기관이셨다.
할아버지도 그러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방에 왔다.
그런데 이것을 못 들었다.
적혀 있는데 안 도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그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했다.
옮기는가.
옮기면 새 가죽에 남는다.
남으면 또 몇백 년 간다.
안 옮기면 어떻게 되는가.
이 가죽이 상하면 없어진다.
상하는 데 얼마 안 남았다.
끝이 부서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들고 있으니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나는 사흘을 생각했다.
사흘 동안 다른 것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옮겨야 할 이유가 있다.
적힌 것을 옮기는 것이 내 일이다.
정하는 것이 내 일이 아니다.
나는 그것을 안다.
앞의 서기관들이 그것을 지켰다.
안 옮겨야 할 이유도 있다.
이것이 남으면 무엇이 되는가.
왕이 사람을 죽인 것이 된다.
부하를 죽이고 그 아내를 취한 것이 된다.
그 왕이 누구인가.
다윗이다.
우리가 그 이름으로 산다.
북쪽이 갈릴 때 무엇이라고 했는가.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다.
우리는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것으로 남쪽이 선다.
나는 그것을 안다.
나흘째에 나는 정했다.
옮겼다.
다 옮겼다.
옥상도 옮기고 편지도 옮기고 성벽 아래도 옮겼다.
빼지 않았다.
왜 그렇게 했는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적힌 것을 옮기는 것이 내 일이어서 그랬다.
그렇게 말하면 맞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다.
빼면 그 자리가 빈다.
빈 자리는 보인다.
앞뒤가 안 이어진다.
아이가 어디서 났는지가 안 나온다.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빼려면 여럿을 빼야 한다.
여럿을 빼면 다시 쓰는 것이 된다.
나는 다시 쓰는 자가 아니다.
그래서 옮겼다.
옮기고 나서 나는 그 여자 이름을 봤다.
밧세바라고 적혀 있었다.
엘리암의 딸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옮겼다.
그런데 며칠 뒤에 다른 것이 나왔다.
왕의 아들 명단이다.
예루살렘에서 난 아들들이다.
네 이름이 있었다.
시므아, 소밥, 나단, 솔로몬.
그 옆에 어미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밧수아라고 적혀 있었다.
암미엘의 딸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손이 멈췄다.
같은 여자다.
아들이 넷이고 이름이 같다.
그러면 같은 여자다.
그런데 이름이 다르다.
아비 이름도 다르다.
나는 그것을 앞뒤로 여러 번 봤다.
밧세바와 밧수아.
엘리암과 암미엘.
나는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봤다.
밧세바. 밧수아.
가운데 소리 하나가 다르다.
빨리 말하면 거의 같다.
엘리암. 암미엘.
나는 그것도 소리 내어 봤다.
두 글자가 앞뒤로 바뀌어 있다.
엘리와 암.
암과 미엘.
나는 그것을 한참 봤다.
옮겨 적을 때 뒤집힌 것인가.
아니면 원래 둘 다 있었던 것인가.
나는 알 방법이 없었다.
둘 다 오래된 가죽이다.
둘 다 앞의 서기관이 적은 것이다.
앞의 서기관에게 물어볼 수 없다.
나는 궤짝을 뒤졌다.
혹시 무엇이 있을까 해서 뒤졌다.
오래 뒤졌다.
궤짝 안쪽에 조각이 여럿 있었다.
버리는 가죽 조각이다.
앞의 서기관들이 넣어둔 것이다.
나는 그것을 하나씩 봤다.
대개 쓸 데가 없었다.
곡식 셈이 적힌 것이 있었다.
이름이 적힌 것이 있었다.
그러다 하나를 봤다.
작았다.
글씨가 오래됐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밧수아. 그렇게 말한 자도 있었음.
나는 그것을 한참 봤다.
그리고 알았다.
앞의 서기관이 그때 몰랐다.
몰라서 하나를 고르고 하나를 조각에 남겼다.
몇백 년 전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남긴 것이다.
나에게 남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에게 왔다.
나는 그 조각을 손에 들고 오래 앉아 있었다.
이것을 옮기는가.
조각을 옮길 수는 없다.
조각은 기록이 아니다.
옮기면 기록이 된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그날 밤에 그것을 정했다.
둘 다 옮겼다.
하나는 밧세바 엘리암의 딸로 옮겼다.
하나는 밧수아 암미엘의 딸로 옮겼다.
고치지 않았다.
어느 쪽이 맞는지 나는 모른다.
모르는 것을 정하면 안 된다.
그래서 둘 다 뒀다.
나중에 읽는 자가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같은 여자인데 이름이 둘이라고 할 것이다.
이상한 것이 맞다.
이상하니까 그대로 둔다.
나는 그 조각을 다시 궤짝에 넣었다.
안쪽에 넣었다.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하나를 더 적었다.
내 글씨로 적었다.
조각에 적었다.
이렇게 적었다.
앞의 자가 남긴 것을 보았음. 나도 모름.
그것을 같은 궤짝에 넣었다.
넣고 나서 나는 잠깐 있었다.
언젠가 누가 열 것이다.
열면 조각이 둘 나온다.
둘 다 모른다고 적혀 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등불을 옮겼다.
그해에 나는 다른 것도 옮겼다.
노래가 여럿 있었다.
궤짝 하나가 노래다.
대개 앞의 왕 것이라고 적혀 있다.
다윗이다.
어떤 것은 누구 것인지 안 적혀 있다.
적혀 있지 않은 것이 여럿이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할지 물었다.
윗사람에게 물었다.
그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름이 없으면 붙여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무엇으로 붙입니까.”
”…어울리는 것으로 붙여라.”
나는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노래들을 봤다.
대개 다윗 것으로 붙였다.
소리가 그렇다.
들에서 나는 소리 같다.
혼자 내는 소리 같다.
그런데 하나가 달랐다.
긴 노래다.
두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부른다.
나는 그것을 읽었다.
읽으면서 이상했다.
아무것도 안 구한다.
값을 안 말한다.
이유를 안 말한다.
그냥 부른다.
나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기록은 이유가 있어야 적는다.
노래도 대개 구하는 것이 있다.
살려달라거나 갚아달라거나 한다.
이것은 없다.
나는 그것을 여러 번 읽었다.
읽고 나서 누구 것인지 세어봤다.
다윗인가.
아니다.
소리가 다르다.
다윗 것은 혼자 내는 소리다.
이것은 둘이 부른다.
그러면 누구인가.
나는 그것을 며칠 생각했다.
생각하다가 하나가 났다.
노래를 천다섯 지었다는 왕이 있다.
적혀 있다.
잠언 삼천에 노래 천다섯이라고 적혀 있다.
그 노래가 어디 있는가.
여기 없다.
궤짝에 없다.
한 편도 없다.
나는 그것을 세어봤다.
천다섯인데 하나도 없다.
그러면 이것이 그중 하나인가.
나는 그렇게 정했다.
정하고 나서 적었다.
솔로몬의 아가라.
그렇게 적었다.
적고 나서 나는 그것을 봤다.
이름이 붙었다.
붙이니까 그것이 됐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알고 붙였다.
어울리는 것으로 붙이라고 했으니 붙였다.
어울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이 방에서 삼 년 했다.
삼 년 동안 옮겼다.
옮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적힌 것이 다가 아니다.
적히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그리고 적힌 것도 옮기는 자가 있어야 남는다.
옮기는 자가 없으면 상해서 없어진다.
나는 옮겼다.
옮기면서 몇 번 손이 멈췄다.
멈춘 데가 어디인지 나는 기억한다.
옥상에서 멈췄다.
이름 둘에서 멈췄다.
노래에서 멈췄다.
세 번 다 나는 정해야 했다.
정하는 것이 내 일이 아닌데 정했다.
옮기려면 정해야 한다.
그것을 나는 삼 년 만에 알았다.
등불이 다 됐다.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다음 장을 폈다.
빈 두루마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