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 솔로몬 · 114 / 117
108장 — 들은 자
세겜. 나라가 갈리는 날. 앞 왕 앞에 섰던 늙은 자.
성경의 기록 · 열왕기상 12장 1–24절
나는 예순여덟이다.
곳간에서 일했다.
앞의 왕 때 들어갔다.
스물 몇에 들어갔다.
사십 년 넘게 셈을 봤다.
소밥 어른 밑에 있었다.
왕의 형이시다.
그분이 십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
그 뒤로도 나는 곳간에 있었다.
나는 셈을 안다.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을 안다.
사십 년 동안 한 번도 안 틀렸다.
소밥 어른도 안 틀리셨다.
그분 밑에서 배웠으니 나도 안 틀린다.
그런데 그분이 한 번 이상하셨다.
여러 해 전이다.
아뢰러 가셨다가 안 나오셨다.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 뒤에 나오셨다.
나오셔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나중에 여쭈어봤다.
무슨 일이 있으셨느냐고 여쭈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오래 기억했다.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하나 말씀하셨다.
병중이셨다.
나는 뵈러 갔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
”…예.”
”…셈이 맞는데 이상할 때가 있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예.”
”…그때 말해야 하네.”
”…”
”…나는 못 했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늦게 알았다.
새 왕이 서시고 나서 나는 한 번 말씀드렸다.
작년이다.
뜰에서 뵈었다.
그때는 아직 왕이 아니셨다.
도련님이셨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북쪽 얘기를 들으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노역이 삼십 년 됐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이 이렇게 물으셨다.
”…셈이 안 맞소?”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맞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맞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되지 않소.”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절을 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소밥 어른이 하신 말씀이 그것이었다.
셈이 맞는데 이상할 때가 있다.
그때 말해야 한다.
나는 말했다.
말했는데 안 통했다.
말하는 것과 통하는 것이 다르다.
나는 그것을 그때 알았다.
소밥 어른은 아셨을 것이다.
아시고 못 하셨을 것이다.
세겜에 갔다.
늙은 자들이 여럿 갔다.
앞의 왕 앞에 섰던 자들이다.
대개 예순이 넘었다.
첫날에 왕이 우리를 부르셨다.
무엇이라고 답해야 하겠느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그 전날 밤에 이야기했다.
여럿이 이야기했다.
답이 하나로 모였다.
모이는 데 오래 안 걸렸다.
다들 같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인가.
앞의 왕이 삼십팔 년 다스리셨다.
삼십팔 년 동안 사람이 나갔다.
나가서 돌아왔다.
나가서 안 돌아온 자도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곳간에서 봤다.
수로 봤다.
수는 맞았다.
그런데 곳간에서 일하면 다른 것도 본다.
밀이 어디서 오는지 본다.
북쪽에서 온다.
남쪽에서는 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사십 년 봤다.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말할 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오늘 왕이 물으셨다.
물으시니 말했다.
하나가 앞에서 말했다.
우리가 정한 대로 말했다.
”…오늘 왕이 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하시면.”
”…”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이다.”
왕이 이렇게 물으셨다.
”…섬긴다는 것이 무엇이오.”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그 물음이 좋다고 생각했다.
모르시면 물으시는 것이 맞다.
하나가 이렇게 답했다.
”…들으시는 것입니다.”
왕이 또 물으셨다.
”…듣기만 하면 됩니까.”
여기서 우리가 잠깐 조용했다.
답하기 어려웠다.
듣기만 하면 되는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다.
그것을 어떻게 말씀드리는가.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렇습니다.”
”…”
”…오늘 들으시면 나중에 시키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안 들으시면 나중에 없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잘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잘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왕이 이렇게 물으셨다.
”…그러면 오늘은 지는 것이오?”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들으면서 손이 찼다.
지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그것이 무슨 물음인가.
듣는 것을 지는 것으로 보시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알았다.
알고 나서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지 몰랐다.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보시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나왔다.
나오면서 아무도 말을 안 했다.
한참 걸었다.
그러다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안 되겠구먼.”
아무도 대꾸를 안 했다.
나도 안 했다.
그날 밤에 우리는 다시 모였다.
모여서 이야기했다.
다시 아뢸 것인가.
하나가 그러자고 했다.
하나가 아니라고 했다.
두 번 아뢰면 미는 것이 된다고 했다.
미는 것으로 보이면 저쪽이 안 듣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 번 아뢰고 정하시게 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일이다.
나는 사십 년 그것을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안 갔다.
둘째 날에 안 갔다.
셋째 날에도 안 갔다.
부르지 않으셨다.
나는 그것을 셌다.
첫날에 부르셨다.
둘째 날에 안 부르셨다.
셋째 날에도 안 부르셨다.
그러면 다른 데서 들으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도 안 갔다.
두 번 아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맞았는지 모르겠다.
셋째 날 아침에 우리는 뒤에 서 있었다.
앞에 안 갔다.
앞에는 젊은 자들이 있었다.
궁에서 자란 자들이다.
나는 그자들을 안다.
곳간에 온 적이 있다.
와서 무엇을 달라고 했다.
나는 안 줬다.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안 줬다.
그때 그자들이 나를 봤다.
그 눈을 나는 기억한다.
왕이 말씀하셨다.
나는 뒤에서 들었다.
”…내 아버지는 너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그것을 더 무겁게 할지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치하였으나 나는 전갈로 너희를 징치하리라.”
말이 끝났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나는 눈을 뜨고 앞을 봤다.
사람들이 왕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안 움직였다.
한참 그랬다.
나는 그 한참을 기억한다.
그때 무엇이 있었다.
무엇인지 나는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소리가 났다.
뒤에서 났다.
하나가 소리쳤다.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알았다.
옛말이다.
앞의 앞의 왕 때 그 말이 있었다.
비그리의 아들 세바가 나팔을 불고 그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젊었을 때 들었다.
늙은 자들이 그 이야기를 했다.
사십 년 전이다.
오늘 그 말이 다시 나왔다.
누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는가.
나는 모른다.
적힌 것이 아니다.
적히지 않은 것이 사십 년 있다가 나왔다.
사람들이 갔다.
나는 뒤에 서서 그것을 봤다.
앞에 있던 왕이 서 계셨다.
젊은 자들이 뒤에 있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어제 웃던 자들이다.
나는 그것을 봤다.
보고 나서 나는 앞으로 갔다.
가서 무엇이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다.
가다가 멈췄다.
무엇을 말씀드리는가.
끝난 것을 말씀드리는가.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 있다가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나는 그것을 알았다.
나는 두 번 말 안 했다.
한 번 말하고 안 했다.
그것이 맞는 줄 알았다.
사십 년 그렇게 배웠다.
한 번 아뢰고 물러서는 것이 아랫사람의 일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오늘 그것이 무엇이 됐는가.
나는 그것을 돌아오면서 세었다.
세어보니 하나가 나왔다.
두 번 아뢰면 미는 것이 된다.
그것은 맞다.
그런데 안 아뢰면 없는 것이 된다.
미는 것과 없는 것 중에 무엇이 나은가.
나는 그것을 사십 년 동안 안 세어봤다.
아무도 그것을 안 물었다.
소밥 어른이 물으셨을 것이다.
혼자 물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답을 못 내셨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오늘 알았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곳간에 갔다.
셈을 봤다.
들어오는 것이 줄었다.
열둘 중에 열이 없어졌다.
둘이 남았다.
유다와 베냐민이다.
나는 그것을 적었다.
적으면서 손이 떨렸다.
사십 년 동안 셈이 안 맞은 적이 없었다.
오늘 안 맞는다.
들어오는 것이 육분의 일이다.
나가는 것은 그대로다.
나는 그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오래 앉아 있었다.
이제 셈이 안 맞는다.
안 맞으니까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웃었다.
혼자 웃었다.
웃고 나서 이상했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