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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108장 — 들은 자"
work: "밧세바"
part: "5권 · 솔로몬"
chapter: 114
url: https://mapncompass.com/ko/stories/bathsheba/114/
lang: ko
kind: fiction (a novel; not a claim of the UFoE knowledge map)
author: "각자도생(覺者道生) (pen name of Young Kang)"
rights: "© 2025 각자도생(覺者道生). 이 소설은 사이트의 CC BY 4.0 라이선스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인용은 출처를 밝혀 짧게 하고, 전문의 복제·재배포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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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장 — 들은 자

**세겜. 나라가 갈리는 날. 앞 왕 앞에 섰던 늙은 자.**

<p class="coord">성경의 기록 · 열왕기상 12장 1–24절</p>

나는 예순여덟이다.

곳간에서 일했다.

앞의 왕 때 들어갔다.

스물 몇에 들어갔다.

사십 년 넘게 셈을 봤다.

소밥 어른 밑에 있었다.

왕의 형이시다.

그분이 십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

그 뒤로도 나는 곳간에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셈을 안다.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을 안다.

사십 년 동안 한 번도 안 틀렸다.

소밥 어른도 안 틀리셨다.

그분 밑에서 배웠으니 나도 안 틀린다.

그런데 그분이 한 번 이상하셨다.

여러 해 전이다.

아뢰러 가셨다가 안 나오셨다.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한참 뒤에 나오셨다.

나오셔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나는 그것을 봤다.

나중에 여쭈어봤다.

무슨 일이 있으셨느냐고 여쭈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나는 그것을 오래 기억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하나 말씀하셨다.

병중이셨다.

나는 뵈러 갔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

"…예."

"…셈이 맞는데 이상할 때가 있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예."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때 말해야 하네."

"…"

"…나는 못 했네."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늦게 알았다.

새 왕이 서시고 나서 나는 한 번 말씀드렸다.

작년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뜰에서 뵈었다.

그때는 아직 왕이 아니셨다.

도련님이셨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북쪽 얘기를 들으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노역이 삼십 년 됐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이 이렇게 물으셨다.

"…셈이 안 맞소?"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들으면서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맞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맞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되지 않소."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절을 하고 나왔다.

나오면서 나는 그것을 생각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소밥 어른이 하신 말씀이 그것이었다.

셈이 맞는데 이상할 때가 있다.

그때 말해야 한다.

나는 말했다.

말했는데 안 통했다.

말하는 것과 통하는 것이 다르다.

나는 그것을 그때 알았다.

소밥 어른은 아셨을 것이다.

아시고 못 하셨을 것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세겜에 갔다.

늙은 자들이 여럿 갔다.

앞의 왕 앞에 섰던 자들이다.

대개 예순이 넘었다.

첫날에 왕이 우리를 부르셨다.

무엇이라고 답해야 하겠느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그 전날 밤에 이야기했다.

여럿이 이야기했다.

답이 하나로 모였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모이는 데 오래 안 걸렸다.

다들 같은 것을 봤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 것이 무엇인가.

앞의 왕이 삼십팔 년 다스리셨다.

삼십팔 년 동안 사람이 나갔다.

나가서 돌아왔다.

나가서 안 돌아온 자도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곳간에서 봤다.

수로 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수는 맞았다.

그런데 곳간에서 일하면 다른 것도 본다.

밀이 어디서 오는지 본다.

북쪽에서 온다.

남쪽에서는 덜 온다.

우리는 그것을 사십 년 봤다.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말할 자리가 없었다.

그러다 오늘 왕이 물으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물으시니 말했다.

하나가 앞에서 말했다.

우리가 정한 대로 말했다.

"…오늘 왕이 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하시면."

"…"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이다."

왕이 이렇게 물으셨다.

"…섬긴다는 것이 무엇이오."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들으면서 나는 그 물음이 좋다고 생각했다.

모르시면 물으시는 것이 맞다.

하나가 이렇게 답했다.

"…들으시는 것입니다."

왕이 또 물으셨다.

"…듣기만 하면 됩니까."

여기서 우리가 잠깐 조용했다.

답하기 어려웠다.

듣기만 하면 되는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다.

그것을 어떻게 말씀드리는가.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렇습니다."

"…"

"…오늘 들으시면 나중에 시키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안 들으시면 나중에 없습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말을 들었다.

잘 말했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잘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왕이 이렇게 물으셨다.

"…그러면 오늘은 지는 것이오?"

나는 그 물음을 들었다.

들으면서 손이 찼다.

지는 것이냐고 물으셨다.

그것이 무슨 물음인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듣는 것을 지는 것으로 보시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그 자리에서 알았다.

알고 나서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지 몰랐다.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보시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나왔다.

나오면서 아무도 말을 안 했다.

한참 걸었다.

그러다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안 되겠구먼."

아무도 대꾸를 안 했다.

나도 안 했다.

그날 밤에 우리는 다시 모였다.

모여서 이야기했다.

다시 아뢸 것인가.

하나가 그러자고 했다.

하나가 아니라고 했다.

두 번 아뢰면 미는 것이 된다고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미는 것으로 보이면 저쪽이 안 듣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 번 아뢰고 정하시게 하는 것이 아랫사람의 일이다.

나는 사십 년 그것을 배웠다.

그래서 우리는 안 갔다.

둘째 날에 안 갔다.

셋째 날에도 안 갔다.

부르지 않으셨다.

나는 그것을 셌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첫날에 부르셨다.

둘째 날에 안 부르셨다.

셋째 날에도 안 부르셨다.

그러면 다른 데서 들으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았다.

알고 나서도 안 갔다.

두 번 아뢰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것이 맞았는지 모르겠다.

셋째 날 아침에 우리는 뒤에 서 있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앞에 안 갔다.

앞에는 젊은 자들이 있었다.

궁에서 자란 자들이다.

나는 그자들을 안다.

곳간에 온 적이 있다.

와서 무엇을 달라고 했다.

나는 안 줬다.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안 줬다.

그때 그자들이 나를 봤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그 눈을 나는 기억한다.

왕이 말씀하셨다.

나는 뒤에서 들었다.

"…내 아버지는 너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나는 그것을 더 무겁게 할지라."

나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내 아버지는 채찍으로 너희를 징치하였으나 나는 전갈로 너희를 징치하리라."

말이 끝났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눈을 뜨고 앞을 봤다.

사람들이 왕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안 움직였다.

한참 그랬다.

나는 그 한참을 기억한다.

그때 무엇이 있었다.

무엇인지 나는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소리가 났다.

뒤에서 났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하나가 소리쳤다.

"…우리가 다윗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나는 그것을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알았다.

옛말이다.

앞의 앞의 왕 때 그 말이 있었다.

비그리의 아들 세바가 나팔을 불고 그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젊었을 때 들었다.

늙은 자들이 그 이야기를 했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사십 년 전이다.

오늘 그 말이 다시 나왔다.

누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는가.

나는 모른다.

적힌 것이 아니다.

적히지 않은 것이 사십 년 있다가 나왔다.

사람들이 갔다.

나는 뒤에 서서 그것을 봤다.

앞에 있던 왕이 서 계셨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젊은 자들이 뒤에 있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어제 웃던 자들이다.

나는 그것을 봤다.

보고 나서 나는 앞으로 갔다.

가서 무엇이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다.

가다가 멈췄다.

무엇을 말씀드리는가.

끝난 것을 말씀드리는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서 있다가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나는 그것을 알았다.

나는 두 번 말 안 했다.

한 번 말하고 안 했다.

그것이 맞는 줄 알았다.

사십 년 그렇게 배웠다.

한 번 아뢰고 물러서는 것이 아랫사람의 일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오늘 그것이 무엇이 됐는가.

<p class="sep" aria-hidden="true">◆</p>

나는 그것을 돌아오면서 세었다.

세어보니 하나가 나왔다.

두 번 아뢰면 미는 것이 된다.

그것은 맞다.

그런데 안 아뢰면 없는 것이 된다.

미는 것과 없는 것 중에 무엇이 나은가.

나는 그것을 사십 년 동안 안 세어봤다.

아무도 그것을 안 물었다.

소밥 어른이 물으셨을 것이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혼자 물으셨을 것이다.

그리고 답을 못 내셨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오늘 알았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곳간에 갔다.

셈을 봤다.

들어오는 것이 줄었다.

열둘 중에 열이 없어졌다.

둘이 남았다.

<p class="sep" aria-hidden="true">◆</p>

유다와 베냐민이다.

나는 그것을 적었다.

적으면서 손이 떨렸다.

사십 년 동안 셈이 안 맞은 적이 없었다.

오늘 안 맞는다.

들어오는 것이 육분의 일이다.

나가는 것은 그대로다.

나는 그것을 적었다.

적고 나서 오래 앉아 있었다.

이제 셈이 안 맞는다.

안 맞으니까 이제 말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 웃었다.

혼자 웃었다.

웃고 나서 이상했다.

웃을 일이 아니었다.